“독보적 재즈 명반 재해석… 나만의 색깔 보여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8일 03시 00분


메시니-재럿 앨범 헌정 공연 앞둔 박진영-정수욱씨

14일 서울 서초구의 ‘전파사 음악실’에서 만난 재즈 연주자 박진영(왼쪽)과 정수욱. 두 사람은 ‘My Song’과 
‘Offramp’에 대해 “들어볼수록 새로운 게 들리는 미래지향적 음반”이라고 말했다. “빌 에번스나 오넷 콜먼에 대한 숨은 
헌정부터 녹음 당시의 사소한 연주 실수까지요.”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4일 서울 서초구의 ‘전파사 음악실’에서 만난 재즈 연주자 박진영(왼쪽)과 정수욱. 두 사람은 ‘My Song’과 ‘Offramp’에 대해 “들어볼수록 새로운 게 들리는 미래지향적 음반”이라고 말했다. “빌 에번스나 오넷 콜먼에 대한 숨은 헌정부터 녹음 당시의 사소한 연주 실수까지요.”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음악 팬들에게 성배(聖杯)와 같은 두 장의 재즈 앨범이 있다. 미국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My Song’(1978년)과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의 ‘Offramp’(1982년).목가적 감성과 치열한 전위성이 공존하는 독보적 작품이다.독일 음반 명가 ECM의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박진영(29)과 기타리스트 정수욱(49)이 이달과 다음 달, 두 음반의 전곡을 재해석하는 헌정 연주회를 연다.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의 ‘재즈 명반을 만나다’ 시리즈의 일환이다. 》


14일 만난 두 사람은 “원곡의 큰 틀은 두되 나만의 색깔 역시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들은 요즘 성배를 좇는 템플기사단이라도 된 심정이다. 턴테이블에 올려두고 그 소리 세계에 초대받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이 옛 성찬식(聖餐式)을, 직접 다시 재연해야 하는 사제(司祭)가 된 부담감 때문이다.

“처음엔 기획사 측의 출연 제안을 고사했습니다. 음악가 지망 고교생도 아닌데 흉내 내기 연주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정수욱)

정 씨는 수많은 가요와 재즈 음반에 연주자로 참여했고 루시드폴과 정미조의 음반 프로듀서로도 활약한 베테랑. 그는 이번에 명곡 ‘Are You Going with Me?’를 메시니와 좀 다르게 연주할 작정이다. 뜨겁게 흘러내리는 얼음 네온처럼 몽환적인, 메시니 특유의 ‘기타 신시사이저’ 음색을 포기하고 그 아우라에 정수욱표 공간감으로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1997년, 버클리음대 유학 시절에 보스턴에서 메시니의 공연을 봤어요. 당시 메시니는 음반사를 독일의 ECM에서 미국의 게펜으로 옮기고 좀 더 미국적인 사운드를 냈죠. 80년대와 90년대의 메시니를 제 안에서 2020년의 방식으로 절충시켜 볼 생각입니다.”

정 씨는 ‘Barcarole’-‘Are You…’-‘Au Lait’처럼 원래 음반의 순서대로 전곡을 연주한다. 반면 박진영은 ‘My Song’ 음반의 곡 순서를 뒤섞어 연주할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재즈 천재로 통했고 19세에 데뷔 음반을 낸 박 씨는 한국 재즈계에서 무서운 젊은 피다.

키스 재럿의 ‘My Song’(왼쪽), 팻 메시니 그룹의 ‘Offramp’ 앨범 표지.
키스 재럿의 ‘My Song’(왼쪽), 팻 메시니 그룹의 ‘Offramp’ 앨범 표지.
“‘My Song’은 모든 악기가 대위적으로 선율을 구성하고 진행시키는 음반입니다. 녹음 당시의 그 쿼텟(4인조)이 2020년 8월에 서울에서라면 어떤 연주를 했을지, 그 현장감을 우리 식대로 풀어낼 계획이에요.”

원래도 좋아했던 음반이지만 이번에 수십 번, 수백 번 다시 들으며 제대로 파고 있다. 이 정도로 정밀하게 복기해 보니 대가들의 당시 실수까지도 생생히 들릴 정도라고.

정 씨는 ‘The NEQ(니어 이스트 쿼텟)’의 멤버다. 2018년 한국 재즈그룹으로는 최초로 ECM에서 음반을 낸 팀. ‘Offramp’의 제작 당시 환경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틀간 녹음, 하루 만에 믹스 완료’라는 ECM 제작 공정의 제한 속에 당시 이토록 치밀한 녹음을 해냈다는 것은 대단하죠.”

메시니의 음반은 시중에 악보도 나와 있지만 박 씨의 상황은 조금 더 열악하다. 재럿의 ‘My Song’은 실황 녹음이나 영상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박 씨는 두 귀만 믿었다. 음반을 반복해 들으며 직접 악보를 만들었다.

두 음반의 킬링 트랙은 서정적인 ‘Are You…’와 ‘My Song’이지만 정 씨와 박 씨는 서로의 공연에서 ‘Barcarole’과 ‘Questar’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음반의 조연, 그 이상인 라일 메이스(건반)와 얀 가르바레크(색소폰) 역을 맡은 심규민, 송하철도 커튼 뒤에서 연주를 벼리고 있다.

“음반과 완전히 똑같이 연주하는 것도, 너무 다르게 연주하는 것도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2020년 8월, 서울의 ‘My Song’과 ‘Offramp’를 기대해 주세요.”(정수욱, 박진영)

박진영의 ‘My Song’은 이달 29일, 정수욱의 ‘Offramp’는 다음 달 20일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재즈#메시니-재럿 앨범#헌정공연#박진영#정수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