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쓰기는 늘 두려움…그럼에도 좋아하나 봅니다, 제가”

김지영기자 입력 2020-05-29 17:55수정 2020-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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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의 젊은 글쟁이를 만나다]
임경선 씨와 함께 쓴 최근작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손에 든 요조 씨. “공저자를 의식해야 하는 부담감이 컸지만 출간하고 나니 자랑스러운 책이 됐다”고 했다. 문학동네 제공
요조 씨(39)는 달리기에 푹 빠졌다. 2㎞부터 시작했던 7개월차 러너는 14㎞를 뛸 수 있게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달리기는 꼴찌를 도맡아 해서 생각도 안했었지만, 운동을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했던 게 몸에 들어맞았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책방에서 만난 그는 거주공간인 제주를 잠시 떠나 업무로 서울을 방문할 때도 운동화를 챙긴다고 했다.

“정말 좋아합니다.”

달리기에 빠진 작가들은 적잖다. 은희경, 김연수, 무라카미 하루키…. 좋아하는 작가들이 좋아한다기에 요조 씨 역시 동경했지만 그닥 매력적이진 않았던 달리기는 이제 “너무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 대상이 됐다. 왜? 그는 “확실해서”라고 했다. “그저께 뛰었고 어제 뛰었으면 분명히 오늘은 더 잘 뛰게 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 확실의 세계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저께도 글을 썼고 어제도 썼으니 오늘은 더 잘 쓸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다. 글을 쓴다는 건 그런 막막함과 불안함을 견뎌나가는 과정이다. 임경선 씨와 함께 낸 최근작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비롯해 다섯 권의 책을 출간한 요조 씨에게 그럼에도 그 힘겨운 글쓰기를 계속 하도록 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물었다.


“좋아하나 봐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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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할 때 단호했던 그는 글쓰기를 “좋아하나 봐요”라고 말할 때 머뭇거렸다. “지금도 (쓰는 게) 어렵습니다”라고 덧붙일 때, 오늘 쓴다고 내일도 잘 쓸 것이라고 다독여주지 않음에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좋은 책을 보면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 지금도 많다”고 말하는 요조 씨. 문학동네 제공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온 그이니 글과 멀지 않았을 터다. 첫 노랫말을 썼을 때, 첫 글을 썼을 때가 기억나는지 물었다. “네, 저는 다 기억나요. 모두 동생에 관한 얘기였어요.” 그의 동생은 2007년 청량리역 근처에서 사진을 찍다가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참담한 일이 왜 자신에게, 가족에게, 동생에게 일어났는지 납득할 수 없어 견디기 힘든 날들을 지내다 그는 노래 ‘Giant’를 짓게 된다. ‘자이언트’는 동생의 별명이었다. “늦은 밤 너는 내게 어서 자라 하네/ 눈 감은 한낮에 넌 잊으라 하네/ Fly away Fly away Fly away/ 애타는 꿈 속 어디서도 널 볼 수 없어/ 눈 뜨면 이미 나는 너의 우주 안에 있네” 그 노랫말을 쓰고 그는 “좋았다”고 했다. 슬프고, 좋았다고. “내가 (동생의) 죽음을 설명했다, 라는 것. 언어로 내가 의미를 만들어냈다는 것. 그 부분이 굉장히 슬펐고, 굉장히 행복했어요.” 그는 그게 자신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했다. 인간은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지만, “그런 인간의 사고(思顧)와 감각은 언어를 통해 실체가 획득되며 그로 인해 인간의 삶은 의미를 갖게 된다고, 인생은 이전보다 덜 허무해질 수 있다”고, 동생의 죽음을 글로 표현했을 때 의미가 부여되는 것을 겪으면서, 그의 삶은 그제야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내가 동생을 잃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오늘에 충실하는 것. (…)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당신의 오늘’에 다 써버리기를 바란다. 나중에 오는 ‘내일’을 고려하기보다 당신이 원해왔던 행위를 하고 있는 ‘오늘’에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써 보낸 대학학보 칼럼 이후 그는 여러 곳에서 원고 청탁을 받게 됐고 작가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요조 씨는 가수이며 작가이고 DJ이며 배우이고 영화감독이다. ‘다재다능’이라고 할 만한 활동에 대해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라고 겸손해 하면서 “사람이 대개 자신이 갖지 못한 태도를 부러워하게 되는데, 나 역시 한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을 우러러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한 사람은 김영갑 사진작가다. 제주를 사랑해서 평생을 제주 사진을 찍는 데 몰두했던 이이다. 독서일기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는 기분’에서 요조 씨는 김영갑 씨의 사진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마무리하면서 오래도록 한우물을 판 이에 대한 경외를 표현했다. “어떻게 자기 인생을 하나에 다 쓰지.” 그 경외감과 함께 김영갑 사진작가가 보여준 제주라는 공간의 깊이와 아름다움에 빠져든 요조 씨는 제주를 수차례 찾다가 마침내 제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여러 활동 중 그가 늘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좋아한다는 ‘책방 주인’으로 살아가게 된 곳이다. 2015년 그가 서울에서 시작한 ‘책방 무사’는 2017년 제주로 터를 옮겼고, 지금껏 책과 함께 지내고 있다.

에세이 ‘오늘도, 무사’에서 밝혔듯 요조 씨가 책방을 운영했던 첫1년은 ‘진지하게 후회했던 시간’이었다.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섰던 시기와 겹쳐져 책방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말도 없이 주인의 사진을 찍는 사람, 커피를 내오라는 사람, 지난번에 왔을 때는 왜 없었느냐며 화를 내는 사람…. “저의 ‘애매하게 유명한’ 상황이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읽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도 생각했고요. 완전히 틀린 판단이었더라고요. 적잖은 이들이 제가 궁금해서 온 거였고, 그렇다고 책의 구매로 연결된 것도 아니었고요. 오히려 책을 사러 오는 게 목적인 사람들을 방해하게 되고…” 계약기간 딱 2년만 하고 그만두자던 결심은 1년이 지나기 전에 수정됐다. 책방을 찾아오던 ‘이상하고. 무섭고,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사람들’ 때문에 고민했지만 책방을 통해 만나게 된 ‘멋지고, 다정하고, 고맙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 때문에 책방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요조 씨는 말했다. 그가 5년째 ‘무사’를 운영해온 이유다.

“그 시절을 거쳐서 제가 좀더 의젓해진 것 같아요. 그때 사람이 주는 독(毒)으로 힘들어하면서, 제가 동시에 느꼈던 건, 다른 많은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독을 체험했을 텐데 나는 서른 넘어 책방을 하면서 이제야 경험하는 거구나, 였어요. 그 전에는 뮤지션으로 사람을 만나고 돈도 벌고 했지만, 그건 무대라는 안전한 조건에서 구축했던 거니까요. 거기에서 오는 부끄러움이 정말 컸어요. 그 부끄러움이 글을 쓰는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요.” 그야말로 책과 함께 지내는 그에게 좋아하는 작가가 누군지 묻자 “너무 많다”며 헤아리다가 “최근에 깊이 좋아하게 된 분은 박완서 선생님”이라고 했다. 4개월여 독서모임을 꾸리면서 박완서 작가의 책을 두루 읽어보게 됐고 흠뻑 빠지게 됐다고 했다. “‘도둑맞은 가난’을 보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어요. 가난 체험을 한 거라는 부잣집 학생으로 인해 주인공의 가난이 처참하게 파괴됐을 때의 참담함, 그리고 그걸 ‘도둑맞았다’라고 표현했다는 데도 놀랍고… 인터뷰집의 육성에서도 성품이 생생하게 드러나서… 귀한 독서 경험이었어요.”

새로운 세기 출판계의 변화는 요조 씨 자신이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낄 것이다. 책을 쓰는 작가이자 책방 주인이기도 하며 소설가 장강명 씨와 함께 ‘책, 이게 뭐라고’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진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같은 제목의 유튜브를 통해 누리꾼들을 만나고 있다. “한때는 좋은 책을 사람들에게 소개해서 많이 읽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직접 책을 읽기보다는 누군가가 그것을 읽고 소개하는 것을 듣는 방식으로 책을 이해하는 문화가 됐음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좀 서글프지만, (그런 문화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 그에게 왜 글을 쓰는지 물었다.

“아직까지 재미와 힘이 있어서 쓰는 것 같습니다.” 그건 작가가 갖는 재미고, 독자에게 닿는 힘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자신과의 고된 싸움이지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언어화됐을 때 느끼는 쾌감은 “진짜 너무 강력하다”면서 “그게 바로 재미”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다행스럽게도 제가 글을 쓰면 읽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면서 “약간이지만 그렇게 독자들에게 당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서 써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이 궁금해 책장 넘기는 것을 참을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책장을 덮고 가만히 되새겨보게 된다. 요조의 글에는 그런 힘이 있다”는 독자 리뷰가 떠올랐다.

●요조 작가의 글쓰기 노하우

글쓰기의 팁을 묻자 요조 씨는 이렇게 답했다. “이렇게 하면 잘 쓸 수 있다, 라는 방법은 하나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쓰는’ 겁니다.” 그는 김소연 시인과 나눴던 대화를 들려줬다. 시를 써보고 싶은 마음에 그는 김소연 씨에게 “어떻게 하면 시를 쓰는 거예요? 좀 알려주세요”라고 물었단다. 그에게 김소연 씨가 이렇게 답했다. “요조 씨가 써와야 알려주죠.”

요조 씨는 “우리가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면서 “가령 글을 잘 쓰고 싶다면서 유튜브도 검색해보고,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 물어보고… 이런 과정들이 무용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직접 이행하는 행위”라고 했다. “쓰는 것,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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