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전개-뜬금없는 러브신… 달달한 ‘김은숙 드라마’ 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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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시청률 8%까지 추락 충격

평행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열쇠가 만파식적이었음을 깨달은 이곤(오른쪽)이 정태을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 장면. SBS 제공
평행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열쇠가 만파식적이었음을 깨달은 이곤(오른쪽)이 정태을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 장면. SBS 제공
‘어메이징한 여자’ 김은숙 작가의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등 드라마 히트작을 숱하게 만들었던 김 작가는 2년 만의 복귀작인 SBS 금·토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의 시청률이 부진하자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어서다. 더 킹의 시청률은 11.4%로 시작했으나 이후 9∼10%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더니 최근 방송분인 8회에선 8.1%까지 떨어졌다. 기존 김 작가의 드라마가 5∼10%로 시작해도 중반부터 20%를 넘기며 뒷심을 발휘했던 것과 상반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더 킹의 배경인 평행세계에 빗대 “다른 평행세계에 있는 김은숙 작가가 더 킹 대본을 쓴 것 아니냐”는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다.

더 킹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고구마 전개’(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한 전개)다. 더 킹은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이라는 두 개의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두 세계를 오갈 수 있는 만파식적을 통해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과, 대한제국을 차지하려 하는 이곤의 큰아버지 이림(이정진)이 양쪽을 오간다. 두 세계의 시공간이 어떤 관계를 갖는지, 평행세계를 이용해 이림이 어떤 역모를 꾸미는지 설명하는 초반의 전개가 지나치게 늘어진다는 지적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드라마의 핵심 악역인 이림은 4회까지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않았고, 시청자들은 “이림이 카메오냐”며 답답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최근 인기 있는 ‘부부의 세계’의 경우 첫 회에 이미 남편의 불륜 상대가 밝혀지는 것에 비하면 거북이 진행을 하고 있다는 것.

김 작가의 드라마를 모두 챙겨 봤다는 이나현 씨(29·여)는 “최근 드라마들이 첫 화부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사이다 전개’를 하고 있는데, ‘더 킹’은 초반 평행세계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배경 설명과 복선을 깔아 지루했다”고 말했다.

‘뜬금없는 러브라인’도 발목을 잡았다. 김 작가의 드라마는 주연배우 간 ‘케미스트리(호흡)’가 인기의 핵심 요인이었지만 더 킹에서는 ‘주인공 간 로맨스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극 초반부터 불거졌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건너와 처음 본 경위 정태을(김고은)에게 다짜고짜 “내가 자넬 황후로 맞이하겠다”며 고백하는 이곤이나, 평행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이곤을 ‘또라이’라고 부르며 무시하다가 갑자기 이곤에게 달려가 안기는 정태을의 행동에 시청자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5회에 나온 이곤과 정태을의 키스신에도 ‘뜬금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던 이유다.

한 시청자는 “‘달달함’이 김 작가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인데 극 중반까지도 두 주연 배우 간 설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 고조 단계를 건너뛰고 포옹이나 키스신이 등장해 몰입이 안 됐다”고 했다.

다소 오글거리는 김 작가 특유의 대사나 장면을 맛깔나게 살려주던 감각적인 연출도 실종됐다.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강모연(송혜교)의 스카프를 활주로에서 줍는 장면이나, ‘도깨비’의 이신(공유)과 저승사자(이동욱)가 멀리서 걸어오는 ‘투샷’ 등의 명장면은 이응복 PD의 감각적 연출에 힘입은 바가 컸다. 하지만 이번에 이 PD가 빠지면서 연출이 헐거워졌다는 평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극 중반까지 전혀 숙성되지 않고, 평행세계에 담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전개도 느리다. 러브라인과 세계관 모두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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