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참여형 공연으로 강렬한 예술체험 주고싶다”

김기윤 기자 입력 2020-05-04 03:00수정 2020-05-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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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 관객 위해 30명이 만든 연극 ‘작가, 작품이 되다1-장 주네’ 박정희 연출가
가림막 안에 설치된 진짜 객석 등 배우가 관객 이끄는 무대장치 마련
“연극은 가난, 관객수 상관 안해… 관객의 인생에 균열 냈으면 만족”
박정희 연출가는 “감정적 호소와 연민, 신파를 고집하는 작품은 오래갈 수 없다. 연극은 사회적 예술이어서 항상 관객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비판할 수 있는 거리를 줘야 한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객석에 들어서자 무대를 가로막은 2m 높이의 검은 막이 보인다. 막에는 프랑스 작가 장 주네의 사진이 줄지어 붙어 있다. 낯선 무대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배우들이 “나는 장 주네입니다”라고 말하며 그의 생애를 들려준다. 잠시 암전(暗轉). 불이 켜지면 관객들은 배우가 열어준 좁은 문을 지나 가림막 안으로 향한다. 그 안의 ‘진짜 객석’에 모두 앉으면 배우와 제작진 30여 명이 오직 관객 14명을 위한 극을 펼친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인근에서 만난 ‘작가, 작품이 되다1―장 주네’의 박정희 연출가(62)는 “스마트폰으로 인간적 감각이 둔화된 요즘 연극이 감상에만 그치면 성에 안 찬다”며 관객참여형(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을 통해 관객이 강렬한 예술적 체험을 얻고 삶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연극이란 게 수익을 낼 수 없기에 객석 수는 크게 상관없다”며 웃었다.

1999년부터 극단 ‘풍경’을 이끌며 인간의 본질과 동시대성을 파고든 박 연출가는 이번 공연에서는 ‘버려짐’에 주목했다. 고아, 범죄자, 성소수자로 살다 작품으로 인정받은 장 주네의 삶과 그의 희곡 ‘병풍들(Les paravents)’을 통해 사회에서 버려진 이들을 조명한다. 병풍들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만들어진 영웅’이자 희생자, 소수자였던 한 가족을 다룬다.


박 연출가에게 버려진다는 건 기억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는 지난해 ‘버닝썬’ 사건을 지켜보며 이 주제에 천착했다. “버닝썬은 폭행사건에서 시작해 미성년자 출입과 불법고용 문제가 불거졌다. 그런데 사건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 피해자인 미성년자들은 잊혀졌다. 이처럼 기억 속에서 버려지는 약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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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극적 약속과 리얼리즘의 경계를 넘나들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이머시브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에 변화를 줘야 했다.

“본래 별도 공간에 장 주네 관련 소품, 사진 전시를 기획했다. 배우가 전시를 설명하며 대화하다 관객 손을 잡고 무대와 객석으로 이끄는 체험도 구상했다. 밀접 접촉에 제약이 생긴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

몸의 움직임을 중시하는 박 연출가는 몸을 잘 쓰면서 고급 즉흥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 5명을 캐스팅했다. 그는 “가까운 곳에서 배우의 몸동작을 유심히 지켜보면 대사에서도 시적 운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작가를 키워드로 한 3부작 중 첫 작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중장기창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내년에는 김우진, 2022년에는 오영진 작가의 삶을 선보인다.

“하나의 이미지가 10년 동안 마음에 남아있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제 작품의 장면을 오래 기억하는 관객의 인생에 ‘균열’이 났으면 좋겠다.”

1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원. 15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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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관객참여형 공연#예술체험#작가#작품이 되다-장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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