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양성리 유적서 ‘고려시대 성곽’ 확인…왜구 방어용 추정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5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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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건설구간 내에 있는 경북 영덕 양성리 유적에서 고려시대 성곽이 확인됐다. 용도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한 시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성림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고속국도 제65호선 포항-영덕간 건설공사(제3∼5공구) 내 영덕 양성리유적에서 해안으로 침입하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성곽이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영덕 양성리유적은 동해안으로부터 서쪽으로 1㎞가량 떨어진 해발 56m의 낮은 야산 정상부에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과 연계해 장사상륙작전이 진행된 장사해수욕장 일원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번에 확인된 고려시대 성곽은 야산 정상부의 약간 아래쪽 부분을 원형으로 돌아가면서 땅을 굴착하고 성벽을 쌓아 올린 테뫼식(산의 정상부를 중심으로 성벽을 두른 산성의 형태) 성곽 구조를 갖추고 있다. 계곡을 가로막아 만든 동쪽 성벽까지 고려하면 테뫼식과 포곡식(包谷式·하나 또는 여러 개의 계곡을 감싸도록 성벽을 쌓은 산성의 형태)이 혼합된 형태다.

성곽은 둘레 약 400m, 내부 면적은 1만㎡가량으로 일반적인 성곽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중요 거점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보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성벽은 흙과 돌을 섞어 쌓는 토석혼축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는 높이 2.6m, 너비 7m 정도가 남아있다. 성 안쪽에 해당하는 내벽의 경우 땅을 굴착하지 않고 자연지형에 30∼50㎝가량의 산돌과 냇돌을 3∼5단 정도 안으로 들여쌓는 방식으로 경사지게 조성됐다.

반면에 지대가 낮은 아래쪽 외벽은 원래 지형 일부분을 수직으로 자른 후 바깥쪽으로 산돌과 냇돌을 쌓고 그 안쪽으로 점토와 모래가 많이 섞인 사질토를 20차례 이상 엇갈리도록 수평(판축형태)으로 다져 넣어 쌓았다.

남쪽과 남동쪽 성벽의 외벽 바깥쪽에서는 가장자리를 따라 420∼470㎝의 일정 간격으로 편평한 냇돌을 두었으며 이는 목책 기둥을 놓기 위한 시설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양성리 성곽은 성벽 외벽에 보조적 방어시설인 목책을 두른 형태로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목책 관련 시설 주변으로 불에 그슬린 흔적 등이 확인돼 목책이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판단된다.

성곽 내부에서는 창고·망루시설 등 건물지 12기, 배수시설 등이 확인됐다. 해안이 조망되는 성곽의 정상부에는 사각의 망루 시설을 만들고 그 동쪽으로 온돌을 갖춘 건물지 4동을 조성했다. 이와 함께 남쪽 성벽 내벽을 따라 사각형의 건물지 7기를 일렬로 배치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화재로 소실된 후 건물을 다시 조성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4호 건물지 내부에서는 디딜방아 시설과 함께 다량의 탄화미가 확인돼 곡식 창고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문헌 기록들에서는 이번 양성리유적 성곽이 언급된 것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고려사(高麗史)에 ‘왜구가 강릉부(江陵府) 및 영덕현(盈德縣), 덕원현(德原縣)을 노략질하였다.(세가 권43 1372년 6월6일) 왜구가 송생(松生)·울진(蔚珍)·삼척(三陟)·평해(平海)·영해(寧海)·영덕(盈德) 등지를 침략하고, 삼척현을 불살랐다.(권134 열전 권제47 1381년 3월)’라는 기록이 있는 점을 볼 때 양성리 일원 주변 역시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양성리유적에서 확인된 성곽은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해안가 조망이 유리한 곳에 축조한 당시의 해안 방어시설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양성리유적 성곽은 동해안 지역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고려시대 토석혼축 목책성곽”이라며 “성곽 내 건물의 배치, 성벽 축조기법과 구조의 특이함은 그 당시 성곽축조 방법과 구조 변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발굴현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행 추이를 검토해 추후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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