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바둑기사 이야기… 바둑엔 문외한이에요ㅎㅎ”

손택균 기자 입력 2020-02-26 03:00수정 2020-0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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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화점’ 만화가 오민혁 씨… 슬럼프 이겨내고 장편 연재 앞둬
오민혁 작가는 “고전소설에서 스토리 창작의 에너지를 얻는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도 즐겨 본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0점 만점에 9.97점.

5년 전 네이버웹툰에 2개월간 연재한 만화가 오민혁 씨(32)의 단편선 8편이 남긴 평균 평점 기록이다. 느닷없이 등장해 “감동적 드라마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빚어내는 젊은 장인(匠人)”이라는 호평을 받다가 한순간에 사라졌던 그가 기존 연재작과 미발표작을 모은 책 ‘화점’(유어마나)을 내고 올해 말 신작 연재를 예고하며 돌아왔다.

“디씨인사이드에 단편을 하나 올렸다가 갑자기 제안을 받고 시작한 연재였다. 당연히 준비가 불충분했다. 한계를 느껴서 잠시 중단했다가 다시 하려 했는데 슬럼프에 빠졌다. 장편 모험물 만화를 준비하다가 전환점 삼아서 단편 작업을 해본 것인데 오히려 방향타를 잃은 기분이었다.”


데뷔작 화점(花點)의 주인공은 오직 승부에서 이기는 것에만 집착하는 바둑 기사다. 바둑을 두는 시간과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자신의 스승을 경멸하다가 나락에 떨어지는 인물. 오 씨는 “강박증과 완벽주의에 갇혀 스스로를 괴롭히던 나 자신을 이입한 캐릭터다. 뭐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삶의 태도를 배워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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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많이 가는 방식으로 그리다가 2년 정도 작업 진도가 안 나가서 절망했을 때였다. 단편을 발표하고도 ‘내가 만화 그리는 것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실제로 확인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완벽주의자라지만 사실 ‘화점’은 바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린 만화다. 바둑 잘 두는 독자가 보면 엉터리라고 한다. 하하.”

사랑한다는 고백이 인사치레처럼 삭아버린 자신의 연애 경험을 계기로 그린 ‘달리와 살바도르’처럼 오 씨의 만화 속 이야기는 대개 익숙한 방식으로 시작해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는 “고전소설 독서 경험이 스토리 창작 밑천의 전부”라고 했다.

“안톤 체호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쥘 베른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영상매체가 없던 시절에 창작된 이야기 속에는 현대소설과 비교할 수 없는 폭과 깊이의 새로움이 감춰져 있다. 클리셰의 복사본이 아닌, 나만의 오리지널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꿈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화점#오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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