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한한령에도…中 진출 활발한 한국 뮤지컬, 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7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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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뮤지컬 시장이 한국 뮤지컬로 인해서 성장을 하고 있어요.”

정달영 동국대 공연예술학과 교수가 17일 오후 대학로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펼쳐진 한국 뮤지컬 해외진출 공유회 ‘한국뮤지컬, 해외진출을 말하다’에서 뮤지컬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정 교수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사업본부 공연예술유통팀(본부장 김신아)이 기획한 ‘중국 공연시장 진출 A TO Z’를 책임 집필했다. 그는 “우리 뮤지컬 시장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통해 성장했죠. 역시 중국도 (웨스트엔드·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맘마미아!’ ‘캣츠’ 등을 통해 뮤지컬의 감동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런데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 대형 작품이 중국 내에서 투어 공연을 할 수 있는 지역은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정도다. 다른 지역에서 공연하게 될 때는 투어를 지탱해줄 수 있는 관객 수가 뒷받침이 안 된다는 것이 정 교수의 판단이다. “우리는 중소극장 뮤지컬이라 1선이 아닌 2선, 3선 지역까지 투어를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우리 뮤지컬이 중국의 기호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가 주최·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도일)가 주관한 이날 공유회의 사회를 본 쇼노트 이성훈 대표는 ‘공연계의 큰 손’ CJ ENM이 중국회사와 합작해 설립했던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에서 공연총괄부장을 맡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정 교수가 2014년 연구 수행과정을 위해 중국에 온 것을 기억하며 그의 중국 뮤지컬 시장 분석에 힘을 실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공연시장 티켓 매출은 182.2억 위안(약 3조378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뮤지컬 티켓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3억 위안(약 550억원), 즉 1.8%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아직 뮤지컬 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중국 정부 재정지원이 새로운 공연시장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민간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뮤지컬시장 현장에서 양적 변화보다 ‘질적 변화’에 핵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분석이다. 동시에 ‘창작을 해보자’는 열망도 피어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스타캐스팅, 예능 음악 경연 프로그램 ‘슈퍼보컬’의 성공으로 발굴된 뮤지컬 배우와 확장된 뮤지컬 시장, 뉴미디어 활용을 통한 공연산업의 변화, 크라우드 펀딩의 활성화 등을 현 중국 뮤지컬 시장의 특징을 꼽았다.

한국 뮤지컬의 중국 진출은 2001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한국 뮤지컬의 중국 오리지널 투어 공연은 2001년 ‘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2013년에 ‘쌍화별곡’ 등 4개 작품으로 절정에 달했다. 2017년 사드로 인한 한한령으로 0개를 기록하며 주춤하다 지난해와 올해 ‘리틀 뮤지션’이 공연했다.

한국의 뮤지컬이 중국에서 라이선스로 공연하는 경우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김종욱 찾기’를 시작으로 올해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 ‘난쟁이들’ ‘빈센트 반 고흐’ ‘랭보’ ‘심야식당’ 등 11개 작품으로 크게 늘었다.

정 교수는 “한국의 중소형 창작 뮤지컬의 경쟁력이 그 만큼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면서 중국의 중소형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맞물렸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 한한령이 풀리지 않은 가운데 유독 뮤지컬 분야의 중국 진출이 활발한 이유는 현지 정부의 뮤지컬 활성화 정책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 뮤지컬 관계자들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중국, 홍콩 등 중화권에서 우리 뮤지컬의 해외 진출 플랫폼 역을 해온 예술경영지원센터 ‘K-뮤지컬 로드쇼’가 대표적이다.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와 연우무대의 유인수 대표를 비롯 지난해 중국 투자사로부터 ‘프랑켄슈타인’과 ‘벤허’에 각각 100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낸 인터파크씨어터 이종규 대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손상원 위원, 한국뮤지컬협회 이유리 이사장, 순천향대학교 원종원 교수 등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한국뮤지컬의 해외진출 지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총각네 야채가게’와 ‘마이 버킷 리스트’를 일본과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올린 라이브의 강 대표는 내년 뮤지컬 ‘랭보’를 한중 합작으로 중국에서 투어 공연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대만 제작사의 요청으로 현지 인기가수 황슈준의 노래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를 제작하기도 했다. 최근 다시 대만 측에서 연락을 진행해나가는 중이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제작한 연우무대의 유인수 대표는 중국과 합작 회사인 ‘연우무대 & A.N.C 오렌지’를 세우고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첨밀밀’의 쇼케이스를 내년에 열 계획이다. ‘엽기적인 그녀’로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누린 곽재용 감독의 영화 ‘클래식’도 뮤지컬로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자사 대표작도 중국 공연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대만이 한국 뮤지컬의 주요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 라이브의 ‘팬레터’가 창작뮤지컬로는 최초로 현지에 진출한 뒤 쇼노트의 ‘헤드윅’ 등이 현지에서 공연됐다.

국내 공연계에 ‘원소스-멀티유즈’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뮤지컬) ‘신과 함께’ 시리즈 1편인 ‘신과함께_저승편’은 2020년 5월 16, 17일 대만 가오슝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 오페라하우스(2236석), 2편인 ‘신과함께_이승편’은 그 달 30, 31일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다.

정 교수는 “향후 뮤지컬 제작사가 중국에 진출할 때 현지 제작사와 공연의 연속성 확보를 논의해야 해요. 무조건 좋은 조건만 제시한다고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국문 없이 영어 또는 중국어로 된 계약서만 작성하는 경우도 있는데 앞으로 국문 계약서도 포함시켜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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