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닭고기는 화가의 캔버스”… 다채로운 닭 요리의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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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인류/이욱정 지음/336쪽·1만6500원·마음산책

먼 훗날, 인류세(人類世·인류가 지구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킨 지질 시대)의 지표 화석은 닭 뼈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약 5000년 전 가금화된 닭은 현대의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존재다. 한 해 인류가 먹어치우는 닭은 약 700억 마리. ‘치느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닭을 사랑하는 한국인이지만 1인당 소비량(한 달에 약 한 마리)이 세계 랭킹 상위 2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수준이다.

식문화 다큐멘터리 전문 연출자가 쓴 세계 닭 요리 이야기다. 코코넛 기름으로 튀긴 ‘아얌고랭’부터 세계 식문화의 격전지인 미국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 치킨까지 닭 요리만 찾아다녔다. 저자는 요리사 겸 프로듀서답게 세계 각지에서 즉석 닭 요리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해외 닭 요리로는 미국의 프라이드치킨, 일본의 야키도리와 함께 피멘토 나무(검은 후추와 비슷하게 생긴 ‘피멘토’가 열리는 나무)의 연기로 천천히 익히는 자메이카의 ‘저크치킨’을 꼽았다.

“요리사에게 닭고기는 화가의 캔버스와 같다.”

책이 인용한 프랑스의 미식 평론가 브리야 사바랭의 말이다. 저자는 세계 각지를 거쳐 미국 뉴욕에서 에티오피아식 프라이드치킨과 한국적 요소가 가미된 미국 남부식 치킨을 맛보고 나자 이 말이 가슴속 깊이 와 닿았다고 했다. 요리의 맛을 상상하는 즐거움만큼이나 닭 요리 위에 그려지는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치킨인류#이욱정#닭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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