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佛 시골로 작곡여행… 그때 쓴 6곡 담아”

  • 동아일보

워너뮤직서 10집 앨범 ‘Immersion’ 내는 세계적 재즈보컬 나윤선

1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에서 만난 재즈 가수 나윤선은 “신곡 ‘Invincible’은 돌아가신 외삼촌에게 바치는 곡이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지만 죽어서 비로소 절대 꺾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는 믿음을 담았다”고 했다. 허브뮤직 제공
1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에서 만난 재즈 가수 나윤선은 “신곡 ‘Invincible’은 돌아가신 외삼촌에게 바치는 곡이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지만 죽어서 비로소 절대 꺾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는 믿음을 담았다”고 했다. 허브뮤직 제공
세계적인 재즈 보컬 나윤선이 미국 주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나 씨가 최근 10집 ‘Immersion(몰입)’을 냈다. 지난 10년간 독일 유명 음반사 ACT에서 네 장의 음반을 내며 유럽 재즈계를 평정한 그가 세계 3대 메이저 음반사인 워너뮤직그룹과 지난해 계약을 맺은 뒤 처음 낸 음반이다.

1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만난 나 씨는 “ACT와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여러 음반사의 제안이 있었지만 음악적 자유를 100%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워너뮤직과 전속 계약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 오늘 디지털 음원으로 먼저 선보인 뒤, 이달 중순 CD로 발표하는 신작은 나윤선의 새로운 청사진을 보여준다. 사운드 콜라주다. 프랑스 파리 시내 작은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50여 가지의 악기를 오가며 녹음했다. 음반에서 분절된 음들이 아우성친다. 소리의 바다다. 동양적 미니멀리즘의 향취도 풍긴다.

“‘Mercy Mercy Me’(원곡 마빈 게이)와 ‘Hallelujah’(원곡 레너드 코언)에서는 제 목소리로 여러 음을 따로 불러 녹음한 뒤 그 조각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해 다시 건반으로 연주했어요.”

‘Mystic River’ ‘Invincible’ 등 6곡은 난생처음 작곡여행을 떠나 만든 결실이다. 지난해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 2주간 칩거하며 만든 노래. 그는 “작사는 버드폴라 등 3명의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게 맡겼다”고 했다. 음반의 척추에 ‘우먼 파워’를 박아 넣은 셈이다.

10번 곡 ‘Asturias’는 본디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스의 기타 연주곡. 나윤선 특유의 마술적 보컬이 음계의 아우토반 위를 첼로와 겨루며 질주한다.

샹송 ‘Sans Toi’도 나 씨의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미셸 르그랑이 작곡하고 프랑스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에 담은 곡. 나 씨는 “르그랑과 바르다, 두 거장께 이번 음반을 꼭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최근 별세해 너무도 안타깝다”고 했다.

나 씨는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배우로 데뷔했다. 이듬해 파리로 건너가 단시간에 프랑스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재즈 보컬이 됐다. 올해 7월 네덜란드 ‘노스 시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해 월드투어를 한 뒤 12월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세계적 스타가 된 지금도 그는 무대 공포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노래의 곡예사를 고공의 외줄에 우뚝 서게 하는 힘은 두려움과 완벽주의다.

“여전히 꿈속에선 가끔 25년 전 그 대학로 무대에 서요.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하다 대사를 잊어버리는 꿈이죠. 정말 무시무시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나윤선#재즈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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