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유모차 끄는 아빠… 스웨덴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 동아일보

◇스웨덴 라떼파파/김건 지음/228쪽·1만5000원·꾸리에

직장상사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자 직원에게 눈치를 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한 손에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유모차 핸들을 잡는 일명 ‘라떼파파’가 거리에 넘친다. 꿈같은 소리처럼 들리지만 이 같은 문화가 단단하게 자리 잡은 국가가 있다. 바로 북유럽의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육아휴직 수당 신청자의 비율을 보면 남자가 45%, 여자 55%로 성별 차이가 거의 없다. 대부분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것. 이 책은 10년간 스웨덴에서 머물며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저자가 직접 경험한 스웨덴의 육아 시스템을 소개한다.

스웨덴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던 배경에는 탄력적인 육아휴직제도와 각종 지원금이 자리한다. 스웨덴 정부가 아이의 부모에게 지급하는 유급 육아휴직일수는 총 480일인데 출산 후 첫 2주간은 엄마와 아빠가 반드시 같이 사용해야 한다. 이후에는 부모의 편의에 따라 어떤 비율로 나눠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양성평등을 위해 부모 중 한 사람이 390일 이상을 쓸 수 없도록 막아뒀다.

처음부터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1974년 세계 최초로 ‘아빠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지만 첫 10년 동안 단 5%의 아빠만이 이 제도를 사용했다. 10%를 넘기는 데는 무려 2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이후 스웨덴 정부는 ‘육아휴직법’을 도입해 육아휴직을 시민의 권리로 보장했다. 회사원들은 두 달 전에만 육아휴직 시작 여부를 회사에 알려주기만 하면 되고, 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스웨덴 역시 맞벌이 부부의 비중이 높다. 한국과 비교되는 가장 큰 차이는 맞벌이 가정이 조부모나 베이비시터의 도움 없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점이다. 육아휴직 제도와 더불어 양육자를 위한 각종 사회보험과 지원금, 탄탄한 공립 유치원 운영 덕분이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1.9명으로 유럽 평균인 1.6명보다도 높다. 지난해 0.96명으로 추락한 데 이어 이르면 내년부터 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한국 사회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지침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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