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또 미투…女배우 “9년전 강간” vs 男배우 “완력 행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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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7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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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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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미투가 또 나왔다. 독립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활동해온 남자 배우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배우 B씨의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A씨는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B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자신을 영화배우와 미술가 등으로 활동 중이라고 소개한 여배우 B씨는 지난 25일 SNS를 통해 “A씨로부터 지난 2010년 강간, 2011년 강제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B씨는 “지난 2010년 5월 새벽, A씨가 전주국제영화제 관람을 위해 지인들과 함께 숙박하기로 한 공용 숙소에서 만취 상태의 저를 강간했다”며 “분명한 것은 어떠한 동의나 합의가 없었던 일방적인 성폭력을 겪어야 했다는 점”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 뿐만이 아니라 2011년에도 A씨는 저를 강제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당시 A씨와 여러 영화 작업을 해야 했고 지인이 겹쳐있던 상황이었기에 A씨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최대한 지우려고 애썼다”며 “당시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의 시선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두려웠고, 문제의 원인을 저에게서 찾으려고만 했다. 제가 겪어야 했던 성폭력의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시 이를 알리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B씨는 이를 밝히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2016년 10월, #00계_내_성폭력 운동이 화제가 됐을 때 억눌렸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수많은 고발을 보면서 고통스러운 기억이 저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며 “2018년 6월 어느 날 SNS에 ‘A씨가 강간범이다. 주변인들이 묻어주느라 공론화가 안 되고 있다’라는 제 3자의 트위터를 보게 됐다. 만약에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이를 공론화 하기 전 A씨와 만났지만 A씨가 무마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한다, 더는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공론화를 결심하며 저의 SNS 계정에 ‘공론화를 고민 중’이라고 썼는데, A씨가 저의 지인을 찾아가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했다. 저는 A씨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원했으나 그는 거절의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이어 “배우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대스타가 되기도 하고, 여러 자리에서 강연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다. 그들의 행동과 말은 대중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며 이 사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B씨는 “제2, 제3, 제4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성폭력 가해자를 법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의 사건은 친고죄 개정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특히 폐쇄적인 영화계에서 소외될 것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짊어지는 여성이 더 이상 한국 독립영화계에 없기를 희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반박글을 게재했다. 1차 입장문은 A씨가 지난 26일 SNS에 글을 올리기 이전인 지난 1월14일 작성한 것으로 A씨의 주장에 대해 “2010년 5월 당시 인사불성이었다고 생각할 수 없었으며 상호 소통하고 있고 여타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판단했다”며 “몇 번을 돌이켜 생각해도 관계가 자연스럽고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1년 가을로 주장하는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나는 당시 거부의사를 느끼지 못했으며 (생략) 그만하자는 말을 듣고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누웠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저는 가해의 사실이 없음에도 경험하고 배운대로 피해 주장인의 입장에 이입하려 노력했고, 동시에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충격과 두려움으로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로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자책하고 회의하고 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상황을 바로 잡고 싶다. 더 이상 이 상황에 관련없는 사람들은 거론되지 않았으면 한다. 온전히 저에게만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저는 피하거나 숨지 않을 것이며 피해주장인 측이 고소를 진행한다면 성실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B씨가 지난 26일 글을 올린 뒤, 같은 날 A씨는 2차 입장문을 통해 “강간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 첫 입장문에 써있듯 그 어떤 완력 행사도 없었다”며 “두 번째 상황에서도 그만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멈추고 2층 침대 위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으나,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써있지만 제가 거절한 것은 제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인정과 합의금에 대한 지급, 그리고 제 주변인들을 향한 공격 뿐”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주변 사람이 공격 받는 것이 제가 가장 견딜 수 없는 일이었고 제 문제는 제가 해결하고 싶었다”면서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2차 입장문을 마무리지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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