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데뷔 싱어송라이터 소베
“마음 움직이는건 뉴스 아닌 음악”
언론인 접고 ‘퓨처 R&B’ 가수로… 4월 미국 18개 도시 순회공연
최근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만난 가수 소베. 소베(Sobae)는 ‘매력적인 여성(So Bae)’ ‘서울 여자(Seoul Bae)’를 뜻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스무 살 때부터 기자를 향한 꿈만 꾸며 달려왔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백악관과 펜타곤 출입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브리핑에도 참석했다. 시카고에서는 혼자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빈민가의 갱 총격전 현장을 취재한 적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가수로 진로를 바꾼 걸까. 최근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소베(본명 김지영·26)의 얘기다.
“기자의 생명은 객관성인데 그걸 유지하기가 힘들었어요. ‘어제 우리 집에서 자던 친구가 드라이브바이 슈팅(차를 이용한 총격)으로 죽었다’는 여섯 살짜리 아이의 인터뷰 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는 아무리 충격을 받아도 빨리 모든 걸 잊고 다음 현장으로 넘어가야 하잖아요? 그게 제겐 무척 힘들었거든요.”
소베는 “어쩌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뉴스나 정책이 아니라 음악, 예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소베는 미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유명 배우 워런 비티와 찰턴 헤스턴, 조이 데이셔넬, 존 캐머런 미첼, TV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 등을 배출한 명문이다. 같은 동문 가운데 뉴욕타임스나 USA투데이 기자들도 많다. 소베는 저널리즘 석사 과정을 다니며 노스웨스턴대에서 운영하는 유명 매체 ‘메딜 뉴스 서비스’ 기자로 활약했다.
귀국해 국내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던 소베는 시간을 쪼개 2016년 음원 사이트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연습곡으로 세계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미국 팝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아 가수의 길을 택했다.
몽환적인 ‘퓨처 R&B’ 장르를 추구하는 데뷔 곡 ‘Switch Up’은 소베의 나른한 목소리와 전자음, 인상적인 멜로디가 교차하는 노래. 최근 낸 후속곡 ‘Homegirl’에는 걸그룹 우주소녀의 멤버 엑시가 래퍼로 참여했다.
“당당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바치는 찬가예요.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미국 시장에서 성공 모델이 돼보고 싶습니다.”
소베는 6일부터 한 달간 미국 18개 도시를 도는 순회공연에 참가한다. 국내 래퍼 산이와 매드클라운의 미국 투어에 단독 게스트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고교 시절에 ‘세계 즉흥 영어 연설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해외에 전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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