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폐로 듣는 숲의 소리’…소지로가 온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5시 45분


흙과 숲을 담은 아름다운 소리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있는 ‘오카리나 장인’ 소지로가 12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사진제공|실버트레인
흙과 숲을 담은 아름다운 소리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있는 ‘오카리나 장인’ 소지로가 12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사진제공|실버트레인
■ 오카리나 장인 ‘소지로’

10년간의 독공…직접 만든 오카리나만 1만 개
12년만의 내한공연…오케스트라 400명과 협연


“오카리나는 공기를 갈아 일구는 것입니다.”

오카리나라는 악기를 알고 있습니까. 오카리나는 흙으로 구워 만드는 도제 악기의 간판스타입니다. 북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이탈리아 말로 ‘작은 거위’가 오카리나의 어원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생김새가 뚱뚱한 거위를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맨 위에 적힌 멋진 말은 오카리나의 장인으로 불리는 소지로의 것입니다. 1986년 일본 NH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대황하(大黃河)’를 관통했던 자연의 소리가 바로 소지로의 오카리나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소지로(63)가 운명적으로 오카리나와 만나게 된 것은 1975년, 그러니까 그가 21세 때입니다. 도치기 현의 산골짜기 마을에서 가야마 히사시가 연주하는 오카리나의 소리를 처음 듣게 된 것이죠. 계곡을 따라 울려 퍼지는 오카리나의 음색에 감동한 소지로 청년은 몇 달 뒤 가야마의 제자가 됩니다.

하루 종일 스승의 공방에서 오카리나를 만들고 나면 스승은 1시간 정도 소지로에게 레슨을 해 주었습니다. 소지로는 숲 가장자리, 숯 굽는 조그만 오두막의 한 평 남짓한 자신의 거처로 돌아와 새벽녘까지 매일 혼자서 오카리나를 불었다고 합니다.

소지로는 특히 눈이 내리는 날 밖에 나가 연주하는 걸 몹시 좋아했다고 하지요. 하얀 눈에 잠긴 숲을 바라보며 오카리나를 불면, 소리는 정적을 타고 멀리 멀리 날아갔습니다.

‘오카리나 장인’ 소지로. 사진제공|실버트레인
‘오카리나 장인’ 소지로. 사진제공|실버트레인

10년의 독공 끝에 소지로는 1985년 앨범을 내며 오카리나 연주자로서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에서 소지로만이 들려줄 수 있는 독특한 오카리나의 음색을 완성하기까지 10년이 걸린 것입니다. 이 기간에 소지로가 직접 구워 만든 오카리나는 1만개가 넘는다고 하죠. 소지로가 연주회에서 불고 있는 10여 개의 오카리나는 이 1만개 중에서 고르고 골라 살아남은 것들입니다.

소지로가 오랜 만에 내한해 한국 관객들과 만납니다. 12년 만입니다. 28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합니다. 포스터에서 ‘폐로 들이닥치는 숲의 소리’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소지로의 오카리나 음색을 참 멋지게 표현했군요.

이번 연주회에서는 대황하와 같은 장관도 펼쳐질 모양입니다. 한국 오카리나오케스트라가 소지로와 협연하는데 무려 400명이나 된다고 하니까요. 콘서트홀 무대 위에 자작나무처럼 빽빽이 들어설 400명의 연주자들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눈 쌓인 숲에서 유리알처럼 세공되어진 오카리나의 음색. 연주가 시작되면 심호흡 한 번 크게 해주세요. 소지로의 연주는 귀만이 아니라 폐로도 들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으니까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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