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온통 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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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제 키가 171cm인데 120cm 길이의 코트를 사려고 합니다. 그래도 코트 밑으로 50cm 정도가 남으니 이불처럼 느껴지진 않겠죠?

답변: 얼굴과 목 길이를 계산하지 않았네요.

한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에 오른 문답이다. 코트가 발목을 덮은들 어떠하리. 올해 겨울에는 긴 기장감을 자랑하는 롱(long)패션이 유행이다.》
 

올겨울은 ‘롱(long)’이 대세다. 롱패딩을 비롯해 롱코트, 롱스커트, 롱부츠는 물론이고 손을 완전히 감춰버리는 긴 길이의 소매와 바닥에 닿을 듯한 긴 바지도 함께 유행이다. 삼성물산·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 제공
올겨울은 ‘롱(long)’이 대세다. 롱패딩을 비롯해 롱코트, 롱스커트, 롱부츠는 물론이고 손을 완전히 감춰버리는 긴 길이의 소매와 바닥에 닿을 듯한 긴 바지도 함께 유행이다. 삼성물산·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 제공
몇 년 전만 해도 남성 코트 길이는 90cm 전후로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코트는 많지 않았다. 무릎을 덮는 길이만 해도 키가 작아 보인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기도 했다. 올겨울에는 100cm를 넘어 120cm까지 길어진 코트들을 각 브랜드가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물론 인기도 많다.

패딩도 ‘롱 열풍’에 합류했다. 축구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거나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입었던 발목까지 덮는 길이의 벤치파카 스타일의 롱패딩이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투박한 롱패딩과 거리가 멀 것 같았던 여성 패딩들도 올해는 다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몸의 선을 강조한 슬림한 패딩이 유행이었지만 올해는 남성 패딩과 마찬가지로 몸의 선이 완전히 사라진 풍성한 스타일로 나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사업부 관계자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젠더리스의 영향으로 여성들도 롱패딩을 즐겨 입는 추세”라고 밝혔다.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좋아 롱패딩은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들 만큼 부담스럽다는 뜻)로 떠올랐다.

여기에 겨울이 오면 인기를 끌었던 롱스커트, 롱카디건, 롱부츠, 롱치마 등도 롱 열풍에 힘입어 더욱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됐다. 특히 무릎길이를 훨씬 넘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롱부츠가 많아졌고, 거의 코트 수준으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기장의 카디건도 인기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최근 거의 모든 의류들이 길게 가면서 여성스러움이 없어졌지만 롱부츠, 롱스커트 등은 그나마 여성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에 함께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롱’으로 시작되는 의류들의 최근 한 달간 검색 횟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롱패딩은 3.2배, 롱코트 2배, 롱카디건 1.7배 등이다. 11번가 관계자는 “롱패딩은 남성이 주 구매층이었지만 올해는 여성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매출도 늘었다.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남녀 롱패딩, 롱코트의 10월 한 달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8% 늘었다고 밝혔다.

손을 완전히 감춰버리는 긴 길이의 소매와 바닥에 닿을 듯한 긴 바지도 함께 유행이다. 유행을 선도하는 해외 브랜드에서는 손과 발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인 엑스트라롱 의상을 발견할 수 있다.

추위를 막기에 실용적인 ‘롱 패션’은 한동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패션연구소 오수민 수석연구원은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오버사이즈 유행이 계속되면서 껴입기 쉬운 긴 기장의 겉옷이 계속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겨울#롱패딩#패션#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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