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지게 답하는 말투가 꼭 변호사 같았다. 2일 개봉한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에서 정의감 가득한 변호사 최희정 역을 맡은 배우 박신혜(27·사진)를 만난 첫인상이었다. 그는 본보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대배우인) 최민식 씨와 함께 출연한다는 것에 긴장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부담감을 조금 덜었다”고 말했다.
영화 ‘침묵’은 대기업 회장 임태산(최민식)의 약혼녀(이하늬) 살해 용의자로 임태산의 딸이 지목되면서 펼쳐지는 드라마다. 진실을 두고 다투는 법정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야 하는데, 희정이 태산에게 일방적으로 기(氣)가 밀리는 것처럼 스크린에 비칠까 봐 걱정이 됐었다는 얘기였다. “그동안 살면서 가장 화가 났을 때를 생각하면서 그 장면을 연기했거든요. 얼굴 근육이 굳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박신혜는 지난해 ‘닥터스’를 비롯해 TV 드라마에서는 당당히 주연을 했지만 그동안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극을 끌고 나간 적이 없다. “(그래도 단순히) 주인공 여자친구 같은 역할보다는 작지만 사건 전개의 주요 축 중 하나로 끼는 역할을 했었어요.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조금씩 출연 시간을 늘려 나가면서 ‘스크린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구나’ 하는 인식을 주고 싶었어요. 다음 번 영화에서는 욕심을 내 ‘원톱’ 주인공에 도전해보고 싶어요.(웃음)”
박신혜는 의사를 비롯해 전문직을 자주 연기했다. 그는 “전문직 여성이 늘어난 만큼 그런 배역도 늘어난 것이고, 그 직업을 가진 여성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다”고 했다. 당돌하고 단단한 이미지의 배역이 많았지만 다소 ‘허당’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인터뷰 때는 숨기려고 하지만 사실은 빈틈이 많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 못 돼요.”
2003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으로 데뷔해 연기 경력이 14년이 됐다. “그동안 얻은 것요? 음…. 한류배우라는 타이틀과 커리어, 인기, 광고? 하하. 그리고 영향력요. 어떤 분이 삶이 힘들어서 고민하다가 작품을 보고 힘을 얻었다며 편지를 보내주신 적이 있어요. 좋은 일에 제 인기를 ‘쓸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지요.”
박신혜는 “거리에서 반갑게 맞아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데, 무방비 상태로 끊임없이 휴대전화 사진기에 찍히는 건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했다”고 했다. “문자 보내는 척하면서 ‘도촬’하는 거 다 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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