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이 가장 좋은 때’라는 말은 때로 학생들의 어려움이 별것 아니란 이야기로 들리고, ‘입시지옥에 시달린다’는 말은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강조하는 듯하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영화 ‘땐뽀걸즈’는 경남 거제여상 댄스스포츠 동아리 ‘땐뽀반’의 마냥 아름답지도 불쌍하지도 않은 학창시절을 담는다. 4월 KBS 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후 스크린에 진출한 땐뽀걸즈는 최근 개봉 한 달 만에 관객 수 5000명을 넘겼다. 연출자인 이승문 KBS PD(32·사진)를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PD는 지난해 7월 조선업 불황을 기록하기 위해 거제를 찾았다. 그는 “사전 조사를 위해 갔다가 렌터카 사무실 지도에서 ‘거제여상’을 발견하고 무작정 찾아갔다”며 “처음엔 모범생만 만나다가 교감 선생님이 학교 명물이라며 땐뽀반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땐뽀걸즈’라는 제목을 보면 일본 영화 ‘훌라걸스’나 ‘스윙걸즈’가 연상된다. 또 쇠락하는 도시의 춤이라는 콘셉트는 영화 ‘풀 몬티’나 ‘빌리 엘리어트’를 닮았다. 이 PD는 “사전 조사할 때 노동자들에게 그런 모임이 있을까 찾아봤지만, 학생들을 만날 땐 개별 사연을 모르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아이러니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화와 달리 일상이 도드라진다.
힙합이 유행인 가운데 댄스 스포츠를 택한 것도 독특하다. 이 PD는 “실제로 전국 여상에 힙합 동아리가 많고 이 친구들도 힙합 댄스를 잘 추는 아이들”이라고 설명했다. “힙합과 달리 땐뽀는 파트너가 있잖아요. 노래 자체가 대부분 사랑을 테마로 하고 서로에 대한 윤리나 예의 같은 얘기들이에요. 거기다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춘다는 중의적 의미도 있죠. 그래서 맞잡은 손이 클로즈업된 장면을 많이 넣었어요.”
이 PD는 처음엔 땐뽀반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했다가, 나중엔 모든 일상엔 아름다움이 담겨 있을 거라고 말을 고쳤다. “요즘 ‘이게 실화냐’는 말을 많이 쓰는데, 억지로 희망을 쥐어짜기보다 주어진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의 소박한 실화를 전하고 싶었어요. 편견 없이 세상을 담는 법을 고민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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