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션] “전원 개런티 0원, 평생 갚아야할 빚”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5일 05시 45분


국내 뮤지컬계의 영원한 ‘오빠배우’ 이건명이 이석준, 배해선과 함께 뮤지컬 ‘틱틱붐’을 무대에 올린다. 세 사람의 데뷔 20주년 
기념, 전 배우 및 스태프 개런티 0원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가 만발하다. 29세 존 역으로 분한 이건명. 사진제공|아이엠컬처
국내 뮤지컬계의 영원한 ‘오빠배우’ 이건명이 이석준, 배해선과 함께 뮤지컬 ‘틱틱붐’을 무대에 올린다. 세 사람의 데뷔 20주년 기념, 전 배우 및 스태프 개런티 0원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가 만발하다. 29세 존 역으로 분한 이건명. 사진제공|아이엠컬처
■ 뮤지컬 ‘틱틱붐’ 이건명

서울예대 동기 이석준·배혜선과 의기투합
20년전 ‘정상서 만나 공연하자’ 약속 이뤄
스태프까지 노개런티…“동료들에게 고마워”


“정말 0원이에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까지 몽땅.”

개런티 0원의 공연이 있다. 뮤지컬 ‘렌트’를 작곡한 미국의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안타깝게도 요절했다)이 남긴 ‘틱틱붐’이다. 우리말로 하면 ‘째깍째깍 쾅!’ 정도 될 것이다.

뮤지컬 무대뿐만 아니라 연극, TV, 공연기획, 연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중견배우 세 사람이 일을 꾸몄다. 이건명, 이석준, 배해선이다. 세 사람은 1990년대 초반 서울예대 삼총사로 유명했다. 이건명과 이석준이 91학번 동갑내기 절친이고, 배해선은 94학번이지만 오빠들이 군대를 다녀오는 바람에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나중에 정상에서 만나 공연 한 번 같이 하자”고 500cc 생맥주에 쏘야 한 접시 놓고 약속했던 세 사람이 세월이 흘러 ‘틱틱붐’으로 뭉쳤다. 데뷔 2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타이틀도 내걸었다. 개막을 앞두고 막판 연습에 여념이 없는 이건명을 대학로 연습실 근처 커피집에서 만났다.

- 왜 개런티가 0원인가.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0원이다. 관객이 많이 와 주셔서 수익이 나면 나눌 거다. 같이 하는 후배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 사람들이 살면서 나에게 부탁 한 번씩만 꼭 해줬으면 좋겠다. 이 빚을 갚고 싶다.”

- 평소 ‘잘’ 살았나 보다.


“같이 하고 싶은데 다른 작품과 시기가 겹쳐서 못 한 친구들도 있다. 우리 세 명이 잘 나서가 아니라 틱틱붐이라는 작품의 힘이 아닐까. (박)건형이도 평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은 틱틱붐이라고 얘기하고 다니더라.”

- 왜 하필이면 ‘틱틱붐’을 골랐나.

“처음부터 틱틱붐은 아니었다. 그저 ‘언젠가 같이 한 번 하자’, ‘이왕 할 거면 20주년이 좋겠다’ 정도로 얘기가 오가는 정도였다. 막상 하게 되니까 모두 틱틱붐을 꺼내 들더라.”

- 반대한 사람이 없었단 말인가.

“반대라기보다는 40대 중반이 하기엔 무리가 아니냐는 얘기는 있었다(웃음). 아시다시피 이 작품의 주인공은 29세다.”

- 이석준과는 2005년 뮤지컬 아이다에서 남자 주인공인 라다메스 장군에 더블 캐스팅되기도 했다. 동료이고 친구지만 라이벌 의식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왜 없겠나. 서울예대는 작품을 할 때 100% 오디션으로 배역을 뽑았다. 주인공은 한 명이다. 누구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면 다른 한 사람은 밤에 술을 마셨지. 그런데 정작 데뷔한 이후에는 주연을 놓고 경쟁한 기억이 없다.”

- 세 사람 모두 개성이 강하면서도 다르다. 색깔로 표현해 본다면.


“그거 재밌겠다. 성격은 모르겠고 작품을 하는 스타일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석준이는 빨간색.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면서 굉장히 뜨겁다. 해선이는 하얀색이다. 뭘 시켜도 자기 색깔을 잘 입힌다. 우리끼리 얘기로 해선이는 기가 막히는 뻔뻔함을 가졌다. 뭘 시켜도 걔처럼 뻔뻔하게 밀고 들어가는 사람이 드물다.”

- 이건명은 무슨 색깔인가.

“글쎄다. 파란색? 잔잔하다. 연출이든 감독이든 상대 배우든 주문하면 일단 오케이 하고 본다. 그리고 내 안에서 추스르는 스타일이다.”

- 30주년에도 셋이 기념작품을 하게 될까. 설마 50대에 또 틱틱붐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흐흐 설마. 그때는 후배들이 우리가 다시 모일 수 있게 섭외해 주면 고맙겠다. 맘마미아가 어떨까. 어렸던 이건명 스카이, 배해선 소피가 나이 들어 돌아가는 콘셉트다. 아, 셋이 맘마미아하면 정말 재밌겠다.”

이건명은 주인공과 같은 나이인 29세에 ‘틱틱붐’의 주인공 ‘존’을 연기했다. 낮에는 소호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밤에는 작곡을 하면서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 역이다. 이건명에게도 ‘존의 시절’이 있었다. 그는 “젊음의 뮤지컬로만 생각했던 틱틱붐을 나이 들어 다시 하니 완전히 달리 보이더라.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 모두가 꼭 한 번은 봤으면 하는 작품이다. 보시면 왜 우리 뮤지컬 배우들이 이 작품을 그토록 사랑하는지 아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틱틱붐은 8월29일부터 10월15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막을 올린다. 세 사람 외에도 정연,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이 출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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