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은 어둡고 잔혹한 영화이지만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영화다. 변성현 감독은 “성인들이 즐겨 볼 수 있는 만화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불한당’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은 5편의 한국 영화 중 가장 먼저 베일을 벗었다. 이 영화는 지난달 칸 영화제의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됐다. 액션과 스릴러, 호러 등의 장르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작품을 선보이는 이 섹션에선 지난해 ‘부산행’이 상영돼 호평을 받았고, 그해 국내에서 흥행 1위 기록을 달성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는 교도소에서 ‘눈에 뵈는 것 없이’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를 만난 뒤 인간적으로 끌린다. 교도소에서 끈끈하게 의리를 다진 둘은 출소 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향한 의심도 함께 커진다.
영화 초반부는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전개다. 경찰을 범죄 소굴에 잠입시켜 그들의 환심을 산 뒤 거물 범죄자를 잡는다는 설정은 이미 ‘신세계’(2012년)나 최근 개봉한 ‘프리즌’ 등 기존의 범죄 액션 영화들에서 많이 봐왔다.
중반부를 넘어서며 영화는 다른 길을 걷는다. 기존에 위장 잠입을 소재로 한 ‘언더커버’ 영화들이 언제 적에게 정체가 발각될지 모르는 긴장감을 끝까지 안고 갔다면, ‘불한당’은 그 긴장감을 일찍 깨뜨린다. 이후 두 남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그래서 관계는 더 위태로워 보인다.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아슬아슬한 관계를 통해 인간 사이의 ‘믿음’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기존 범죄 영화들과 달리 감각적인 연출도 눈에 띈다. 머리에 두건이 씌워진 채 납치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아이폰을 활용해 두건 속 당사자의 시선으로 촬영하거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에서 시점마다 조명을 달리하는 식이다. 시사 직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변성현 감독은 “한국에는 남자 배우 투톱의 범죄 영화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면서 “영화 전반의 스타일을 강조해 차별점을 두고 싶어 미장센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배우 설경구는 잔인한 승부근성을 지닌 불한당 재호 역을 통해 오랜만에 남성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미생’ ‘변호인’ 등 줄곧 여리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온 임시완은 맑은 모습을 벗어던지고 잔혹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미워할 수 없는 악당 병갑을 맡아 소화한 배우 김희원의 연기나,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서 마약밀수 세계를 일망타진하려는 냉철한 경찰을 맡은 전혜진의 연기도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18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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