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스시, 터질 듯 말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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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셰프 지로 씨의 참치 대뱃살 스시. 한 점 가격만 수만 원에 이른다.
일본의 유명 셰프 지로 씨의 참치 대뱃살 스시. 한 점 가격만 수만 원에 이른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일본 도쿄 긴자의 ‘스키야바시 지로’라는 식당의 봄 스시 코스는 광어 갑오징어 성게 가리비 계란 등 19, 20가지로 구성된다. 이곳은 스시 셰프인 지로 씨(92)가 아들과 둘이 운영하는데 별 3개의 미슐랭 레스토랑이다. 코스를 20∼40분 이내로 먹어야 하는 이곳의 가격은 최하 30만 원이고, 그날의 재료에 따라 부르는 가격도 달라지며, 스시 외에 다른 메뉴는 없다. 한 달 전 예약을 할 수 있지만 예약 사이트를 오픈하자마자 마감되기에 돈이 있어도 그의 스시를 먹기는 쉽지 않다.

도쿄 해안 근교에서 주로 나오는 비슷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 스시가 식당에 따라 가격 차가 나는 것은 긴 역사와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곳은 정치가나 유명 연예인, 사업가들이 주로 접대를 할 때 이용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신조 총리는 지로 씨의 스시를 대접했다.

생선을 오래 저장해 먹기 위한 방법으로 탄생한 스시는, 원래 생선살에 밥을 붙여 두었다가 일정 기간 숙성한 후 밥을 떼어 내고 생선을 잘라 먹는 음식이었다. 숙성 시간 때문에 고민했던 요리사의 아이디어로 식초를 섞어 낸 초밥이 개발되면서 바쁜 에도(지금의 도쿄)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 후 간장을 이용하면서 생선 조리 방식이 다양해졌으며, 와사비를 추가해 나쁜 균을 억제하는 방식이 뒷받침됨으로써 오늘날의 초밥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오늘날 한 세트에 2쪽인 방식은 원래 한 덩어리였는데, 커서 먹기 불편하던 것을 두 쪽으로 나눈 것이다.

한국에 살면서 좋은 스시집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내가 좋은 스시집이라고 말하는 기준은 이렇다.

첫째, 스시 카운터가 있어야 한다. 모임을 한다거나 동행인과 대화를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는 주로 카운터를 이용하는데 셰프와 가까이 있을수록 최대의 만족을 느끼도록 정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더 전문가인 양 떠벌린다면 거기서 서비스가 끝이 난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나도 항상 겸손한 자세를 갖춘다.

둘째, 어떤 생선들이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 계절에 나오는 재료를 사용하는지, 오징어 같은 경우 생것인지 해동된 것인지, 그리고 주문에 맞춰 생선 포를 뜨는지 아니면 이미 준비된 것을 사용하는지도 중요하다.

와사비의 질에 따라서도 식당 수준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초록색 분말을 물과 섞어 내는 곳, 생것을 갈아 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생것 그 자체를 강판과 함께 내 주는 곳이 최고급이다. 꼭 와사비가 아니라도 직접 만든 간장소스나 초생강의 맛을 봐도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유명한 셰프의 스시와 보통 스시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밥 모양이다. 손에 쥐어지는 밥의 모양새로 밥알 사이의 공기층이 보이고, 완성된 스시가 입안에 들어갈 때까지 공기층을 유지하면 된다. 지로 씨는 그의 자전적 영화에서 ‘병아리를 손에 잡는 듯한 느낌으로 감싼다’고 표현했다.

재료의 질과 수준을 떠나 스시가 비쌀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를 대라면 역시 스시 셰프의 가치다. 마치 작곡가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한 사람이 다 해내야 하는 까닭이다.

패스트푸드로 생겨났던 스시가 회전초밥을 통해 본래의 저렴한 음식으로 다시 돌아가는 듯하다. 지난 10∼20년간 일본의 고급 스시레스토랑이 점점 줄어드는 동안 저렴한 회전초밥집은 두 배로 성장하였고, 레스토랑 수준의 스시를 제공하는 곳도 많아졌다. 물론, 국보급 스시를 찾는 부자와 외국인도 더 많아졌지만 비교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나도 스시를 먹기 전 항상 고민하게 되는 문제는 같은 돈을 가지고 최고의 경험을 느낄 것인지, 아니면 저렴하고도 괜찮은 스시를 여러 번 먹을 것인지다. 이런 고민을 요즘은 ‘가성비’라고 한다지….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스시#스키야바시 지로#스시 카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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