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관객을 매료시키는 공연 무대 예술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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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노그라퍼 1975-2015/뤼크 부크리스 외 4인 지음/권현정 옮김/304쪽·2만5000원·미술문화

인상 깊은 부분은 108, 109쪽이다. 화가 니키 리에티에 대해 다룬 이 두 면에는 리에티의 글이나 말, 그가 만든 작품 사진이나 그림이 없다. ‘서문에 밝혔듯 리에티는 글도 사진도 수록하길 원하지 않았다’고 쓰인 휑한 공백 아래 “치밀한 사실성으로 오히려 가공된 환영을 드러내는, 관객을 허구 속으로 매료시키며 오랫동안 잊지 못할 본질적 질문을 남기는 시노그라퍼”라는 평이 적혀 있다.

1960년대 말부터 사용된 단어인 시노그라퍼(sc´enographe·세노그라프)는 다양한 공연 무대와 공간의 구성 작업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책은 1975년부터 최근까지 활동한 프랑스 시노그라퍼 57명과 대표작을 소개했다.

“무대미술가, 무대장식가, 무대디자이너, 무대건축가…. 시노그라퍼를 부르는 용어를 둘러싼 논쟁은 무엇을 공연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작업의 핵심이 이미지가 아닌 ‘공간’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저자들은 “시노그라퍼에게 이미지보다 공간이 중요함을 강조해놓고 이미지를 통해 작업 과정을 설명한 데 모순이 있어 후회가 남는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 모순을 거부한 리에티를 존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단순히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한 가문의 문장과도 같은 상징적 이미지를 고르고자 애썼다”고 적었다.

언급 못한 시노그라퍼가 많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 각지의 독특한 빵집을 소개한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문화산업이 아닌 문화생태계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나올 수 있는 책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프랑스 시노그라퍼#뤼크 부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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