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스트셀러 저자 리샹룽 감독
창조적 영화작업 꿈 이루려 임관 넉달 앞두고 사관학교 자퇴
“청년은 그날도 빈손으로 집에 왔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사관학교를 자퇴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투자자들은 그의 시나리오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주변의 비웃음이 쏟아졌다. 청년은 허허벌판에 서서 괴로워한다. ‘난 겉보기에 노력하고 있었던 거야. 거짓말 같은 노력만…’.”
중국 작가 리샹룽(26·사진)이 지난해 펴낸 수필집 ‘당신은 겉보기에 노력하고 있을 뿐’의 한 대목이다. 중국판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불리는 이 책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올 하반기 한국에 소개된 뒤 교보문고의 지난달 판매 순위 3위(자기계발서)에 올랐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화감독이 된 리샹룽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나 역시 계속 도전하는 청년일 뿐”이라며 “나와 주변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모 뒤를 이어 군인이 되기 위해 사관생도가 됐던 그는 군의 세뇌 교육과 강압적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의 눈은 자꾸 바깥을 향했다. 중국중앙(CC)TV 주최 영어 경연대회에서 전국 3위를 하고 영화에도 관심을 가졌다. 3년여 동안 재학하다 임관 4개월을 남기고 자퇴했다.
그렇게 흘러간 4년의 시간은 아깝지 않았다. 리 작가는 “종종 잘못된 길에 들어서는 바람에 진짜 자기가 원하는 미래를 깨닫는다”며 “강압적인 군대 문화 속에서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고 창조적인 영화 작업을 갈망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우회했다고 느낀 그 길이 최단 직선거리는 아니었을지라도 가장 아름다운 곡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호기롭게 자퇴한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현실의 벽에 부닥친다. 부단하게 노력했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노력한다고 뭐가 될까?’라고 생각하다 문득 ‘진짜 노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하루 종일 작업을 했다면서 스마트폰만 보거나 꿈과 무관한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허비하는 건 ‘진짜 노력’이 아니었다고 깨닫게 됐다.
그는 투자자들도 외면하는 무명 감독으로 살아가며 ‘삶은 고단하지만 나는 더 단단하다’는 말을 되새겼다. 그러면서 ‘진짜 노력’을 해나갔다.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이를 엮어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길 위에서’ ‘변질된 선택’ ‘꿈을 자른 사람’들이 모두 그런 도전의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다. 일부는 온라인에서 160만 뷰를 올릴 정도로 인기였다.
자신의 실패와 도전의 역사를 담은 이야기 역시 중국 런민일보, 웨이보, 위챗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퍼져나갔다. ‘당신은 겉보기에…’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우리 모두 80년을 살 텐데 진짜 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엔 3일도 안 쓴다”며 “목적 없는 노력이야말로 낭비적인 활동이다. 꿈을 찾고 몰입하는 ‘진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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