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는 3개, 연주자는 한 명 “제 공연 참 정신없겠죠? 하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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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밴드’로 첫 앨범 발매한 한웅원… 13일 발매 기념 콘서트 열기로

최근 나온 한웅원 원맨 밴드 1집 ‘Monologue’ 표지. 한웅원 제공
최근 나온 한웅원 원맨 밴드 1집 ‘Monologue’ 표지. 한웅원 제공
 CD의 첫 곡을 재생하니 음악 속에 다음의 세 용의자가 차례로 등장한다. 먼저 박자의 빈 공간을 밀고 당기는 펑키한 베이스기타 선율. 이어 박자를 쪼개는 드럼의 긴박한 타격. 긴장감이 고조될 쯤 마지막으로 가세하는 신시사이저의 영롱한 소리. 악기들은 다투듯 아우성치며 미국의 칙 코리아 일렉트릭 밴드쯤 되는 느낌의 연주를 꼬리 물고 쏟아낸다. 펑키한 리듬, 인상적인 테마 멜로디. 연주자들의 면면이 궁금해지는 순간, 음반을 뒤집어 세부사항을 확인하니….

재즈 드러머 한웅원이 자신의 연습실에서 건반, 베이스기타,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을 합성했다. 장호림 사진작가 제공
재즈 드러머 한웅원이 자신의 연습실에서 건반, 베이스기타,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을 합성했다. 장호림 사진작가 제공
 드럼 한웅원, 베이스기타 한웅원, 신시사이저 한웅원. 한국 재즈계 최고의 젊은 인재로 불리는 드러머 한웅원(30)이 끝내 일을 낸 것이다. 최근 나온 ‘한웅원 원맨밴드’의 데뷔 앨범 ‘Monologue(독백)’이다. 모든 악기 연주는 물론이고 소리를 다듬는 믹스, 마스터 작업까지 한웅원 한 사람이 다 해냈다. 이쯤 되면 손오공의 분신술 격이다. 그는 프렐류드, 고희안트리오, 트리오 클로저, 전제덕 밴드 등 여러 밴드에 속해 있기도 하다.

 “원래 꿈은 클래식 작곡가였어요. 여섯 살에 피아노, 열한 살에 기타, 열세 살 때에 드럼을 시작했고 중학교에 가선 베이스기타와 색소폰을 잡았죠.”

 절대 음감과 유별난 호기심을 함께 갖고 태어난 게 그의 죄라면 죄, 복이라면 복이다. 통기타 가수였던 모친이 들려준 배리 매닐로, 비틀스를 들으며 그는 악기 각각의 세계가 궁금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악기, 저 악기 갖고 논 이유다.

 “대학에 진학하며 음악의 뿌리인 리듬을 제대로 파보자는 생각에 드럼을 택했어요.”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에 입학한 그는 1, 2학년은 드럼, 3, 4학년은 피아노를 전공해 졸업했다. 악기 하나 마스터하기 힘든 재즈 분야에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그는 괴물로 통한다.

 “3년 전 세 악기를 혼자 다루는 영상을 재미로 유튜브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앨범 제작을 생각했어요. 재즈 밴드에 속해 다른 연주자와 하는 소통이나 자신 혼자 다 하는 것이 ‘대화’라는 면에서 비슷했어요.”

 한웅원은 이번 음반에서 기존의 틀을 몇 개 더 깼다. ‘밴드 연주 녹음은 박자를 잡아주는 드럼부터’라는 통설도 그중 하나. “대부분 곡을 베이스기타, 키보드, 드럼의 순으로 녹음했어요. 멀찌감치 떨어져 음악 전체를 조망해 줄 악기가 베이스라고 봤거든요. 메트로놈 소리만 듣고 베이스로 분방한 선율을 만든 다음, 그걸 들으면서 마치 다른 연주자의 음악에 반응하듯 건반, 드럼을 녹음했어요. 초장부터 베이스를 너무 자유분방하게 쳐놔서 제 연주를 제가 분석해야 했죠. 하하.”

 그가 당면한 난제는 13일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스테이라운지·010-2207-0100)다. “루프 스테이션(연주를 즉석에서 녹음해 실시간으로 반복 재생하는 기계)을 쓰고 이 악기, 저 악기 오갈 작정이에요. 아주 정신없는 공연이 될 거예요.”

 해맑게 웃는 그에게서 문득 어린 아이가 보였다. 태어나 맞닥뜨린 음악이란 우주 앞에 즐겁게 놀라고 또 놀라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원맨밴드#한웅원#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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