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가을의 작곡가’ 브람스와 함께 고뇌를 잠재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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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브람스(사진)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해 그는 피아노 소품집 ‘세 곡의 인테르메조’ Op.117을 작곡합니다. 잔잔하면서도 쓸쓸한 이 세 곡을 그는 ‘나의 고뇌의 자장가’라고 불렀습니다. 고뇌를 잠재우는 자장가라니.

브람스의 연보를 찾아보면 이해에 누이가 죽고, 친했던 여성 제자인 엘리자베트라는 분이 죽었습니다. 그 밖의 특별한 사건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늘 일어나는 일이며, 이 두 죽음이 브람스의 ‘고뇌’와 특별한 연관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세 곡 중에서 ‘자장가’의 느낌을 가장 짙게 드러내는 작품은 첫 곡인 E플랫장조의 소품입니다. 잔잔한 8분의 6박자 리듬이 마치 요람을 흔드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브람스는 악보에 옛 스코틀랜드의 소박한 자장가 가사 두 줄을 적어 두었습니다. ‘편히 자라, 아이야, 편안히, 예쁘게/네가 울면 내가 힘들단다.’

선율이 흘러가는 가운데 으뜸음인 E플랫 음이 한숨이나 위로처럼 계속 수놓아지면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중간부는 더 멋집니다. 왼손이 멋진 분산화음을 타면서, 마치 오랜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는 듯한 회상의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다시 어머니의 한숨과 같은 자장가 가락.

흔히 브람스를 ‘가을의 작곡가’라고 부릅니다. 출세작인 ‘독일 레퀴엠’이나, ‘만추의 교향곡’으로 불리는 교향곡 4번, 고독과 우수의 느낌을 짙게 풍기는 클라리넷 5중주곡 등이 특히 가을에 사랑을 받습니다. 흐린 날이 많고 바람이 많이 부는 북부 함부르크에서 성장한 점도 한 가지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앞에 소개한 ‘세 곡의 인테르메조’도 가을에 듣기 좋은 작품으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너무 쓸쓸한 작품을 전해드렸나요? 누구나 일상 속 작은 고뇌는 가지고 있기 마련이죠. 이번 추석 연휴에는 부디 각자의 고뇌를 ‘자장자장’ 잠재우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신지연 피아노 독주회에서 브람스 ‘세 곡의 인테르메조’가 연주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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