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 사로잡은 한국의 전통 춤사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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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파리시아 국제민속춤축제… 백현순무용단 첫 참가 큰 갈채

27일 그리스 키파리시아에서 열린 ‘키파리시아 선샤인 국제민속춤축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백현순 무용단. 그리스 관객들은 “열정적이고 화려한 한국 춤을 보니 한국 문화도 더 알고 싶다”고 말했다. 키파리시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7일 그리스 키파리시아에서 열린 ‘키파리시아 선샤인 국제민속춤축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백현순 무용단. 그리스 관객들은 “열정적이고 화려한 한국 춤을 보니 한국 문화도 더 알고 싶다”고 말했다. 키파리시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기자를 알아본 한 할머니가 두 손을 꼭 잡았다. 호주가 고향이라고 밝힌 몰리 레카스 씨(77)는 “오빠가 한국전쟁에 참가했다 부상으로 돌아와 몇 년 뒤 세상을 떠났지만, 내게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그리스인 남편과 결혼한 그는 한국에 가보지 못했지만 춤을 통해 한국 문화를 느껴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한국체육대의 백현순무용단이 25일부터 5일간 그리스 남부의 키파리시아에서 열린 ‘키파리시아 선샤인 국제민속춤축제’에서 한국 전통춤을 선보이며 그리스인들을 사로잡았다. 올해 14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유네스코 공식자문(민속문화분야) 협력기구인 국제민속축전기구협의회(CIOFF)의 공식 인증을 받은 행사다. 한국을 비롯해 그리스, 에콰도르, 폴란드, 헝가리, 인도 등 6개국 10개 팀이 참가했다. 한국 무용단의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축제에서 무용단은 무당들이 굿을 하며 추는 춤과 가락을 재창작한 ‘쟁강춤’과 한국을 대표하는 춤으로 해외에서 더 각광받는 ‘부채춤’, 경고와 부채, 방울을 들고 빠른 템포로 추는 ‘경고무’ 등을 선보였다.

행사를 주최한 키파리시아 문화교육협회(MESK)의 카테리나 드룰리아 국제협력담당관은 “지난해 터키 국제민속춤축제에 참가한 백현순 무용단의 색다른 움직임과 의상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번에 초청했다”며 “특히 부채, 방울 등 소품을 사용하는 한국 무용은 그리스에서 보기 힘든 춤”이라고 말했다.

키파리시아를 비롯해 3개 도시를 돌며 열린 축제에는 매 공연 1000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다른 지방에서 온 관광객들도 있었다. 처음 한국 춤을 봤다는 클레메니스 페티노스 씨는 “음악과 춤, 의상이 정말 아름답고 사람을 들썩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무용단의 공연이 끝날 때면 지역 주민들이 몰려 함께 사진을 찍고, 한국 춤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주최 측도 한국 무용단이 가장 호응이 높다며 두 번째 공연부터는 가장 마지막 순서로 배정하기도 했다. 백현순 한국체육대 교수는 “주최 측에서 다시 한 번 초청을 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특히 한국 춤을 전혀 몰랐던 그리스인들에게 한국 춤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별다른 관광명소가 없는 인구 8000여 명의 키파리시아는 이 축제로 인해 그리스에서 떠오르는 명소가 됐다. 축제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었다. 드룰리아 국제협력담당관은 “시와 CIOFF의 지원을 받지만 시민들 모두가 적은 돈이라도 내서 행사를 10년 넘게 열고 있다”고 말했다.
 
키파리시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그리스인#춤사위#키파리시아 국제민속춤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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