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눈 부릅뜨고 봤다, 또 속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12일 05시 45분


‘더 셜록’은 명탐정 셜록 홈즈로 분한 최현우(가운데)가 순간이동기술과 함께 사라진 살인범 제이슨을 추격하는 내용에 마술을 입힌 ‘최현우 표’ 공연이다. 뮤지컬적인 요소를 도입해 ‘매직컬’이란 장르로 탄생했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더 셜록’은 명탐정 셜록 홈즈로 분한 최현우(가운데)가 순간이동기술과 함께 사라진 살인범 제이슨을 추격하는 내용에 마술을 입힌 ‘최현우 표’ 공연이다. 뮤지컬적인 요소를 도입해 ‘매직컬’이란 장르로 탄생했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 최현우의 매직컬 ‘더 셜록’

보고도 못 믿을 최현우표 마술
개그맨 뺨치는 끼…웃음 폭탄
악당의 노래는 뮤지컬 넘버급

비밀이 하나 있다. 나는 이 나이를 먹고서도 여전히 마술이 재밌고 즐겁다. 그리고 억울하다.

“마술 같은 건 애들이나 보는 거 아냐?”하는 사람들의 귀를 잡아끌어서라도 앉혀놓고 싶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마술사 최현우의 공연장이다. 요즘 매직컬 ‘더 셜록’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한창 공연 중이다.

마술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마 정말 사람이 공중에서 휙 사라지고, 순간이동을 하고, 일촉즉발의 순간에 상자에서 탈출하는 일이 현실에서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마술은 믿지 않기도 힘들다. 눈을 시퍼렇게 부릅뜨고 봐도, 귀를 레이더처럼 세워 봐도 마술은 절대 정체를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보고도 못 믿을 일이 마술이다. 최현우의 마술공연에서는 2시간 내내 보고도 못 믿을 일이 벌어진다.

최현우의 마술공연을 시즌은 다르지만 세 번이나 보았다. 세 번이 아니라 3000번을 봐도 최현우 마술의 비밀을 눈치 채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포기했다. 대신 나도 알아챈 것이 있다. 최현우 마술공연만의 특징이다.

● 최현우 마술공연의 네 가지 특징

첫째, 최현우의 마술공연에는 ‘관객’이라는 마술상자가 하나 더 있다. 최현우 공연의 특징 중 하나는 체험과 소통이다. 최현우처럼 관객을 하나의 ‘도구’로 영리하게 활용하는 마술사도 드물 것이다. 적어도 최현우의 마술공연에서 관객은 수동적으로 박수만 치는 ‘인간 물개’ 취급은 받지 않는다.

이번 매직컬 ‘더 셜록’ 역시 마찬가지다. 관객은 범인을 잡기 위한 중요한 키가 되는 상자를 보관해야 하고, 무대에 올라가 조수가 되어야 하는 한편 실제로 단체 마술에 참여해야 한다. 이 단체 마술(딱히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이 상당히 신기한데 매 시즌마다 조금씩 다르다. ‘더 셜록’에서는 입장할 때 큼직한 종이 한 장을 나누어 준다. 이 종이에는 로마·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들의 이름이 잔뜩 적혀 있다. 여하튼 최현우와 함께 이 종이를 접고, 자르고, 뒤섞다 보면 정말 까무러칠 결과가 나오게 된다.

두 번째 특징은 웃음이다. 마술 공연장이 아니라 개그콘서트장에 들어온 것 마냥 웃음이 만발한다. 최현우에게는 마술사 못지않게 개그맨의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닐까. 최현우처럼 개그감이 뛰어나고 표정연기가 다양한 마술사는 보지 못했다.

다음은 공연의 끊임없는 진화. ‘더 셜록’은 지난 시즌에도 보았다. 하지만 이번 공연의 경우 중간까지 다른 작품을 보고 있는 줄 착각이 들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셜록이 범인을 추적한다는 콘셉트와 몇 개의 코너만 남겨두고 싹 다 바꾼 것 같았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것도 최현우 공연의 특징이다.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외국인 미녀조수들이 최현우의 공연에도 어김없이 등장하지만 다른 마술사의 공연과 같은 섹시하고 은근한 분위기는 없다. 판타지와 로맨스 대신 뮤지컬, 드라마적인 요소를 잔뜩 넣었다. 이번 공연은 아예 매직과 뮤지컬을 합성한 ‘매직컬’이다. 실제로 극중 악당이 부르는 노래는 당장 뮤지컬 무대에 가져다 놔도 손색이 없는 당당한 뮤지컬 넘버로 들린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라기보다는 아이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공연이다. 세 번 봐도 이렇게 재미있으니 네 번을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세 번을 봐도 통 모르겠다. 진짜 셜록 홈즈가 객석에 앉아 있었어도 틀림없이 짜증을 냈을 것 같다. “우씨, 도대체 맨 마지막에 ○○○는 어떻게 사라진 거야!”

생활경제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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