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낸 김민정 시인… 한강의 신작 ‘흰’ 펴낸 출판사 대표
“편집자는 노력한 만큼 성과 나지만 시는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
김민정 씨는 “사람들 속에 시가 있더라. 그 찰나를 발견할 때의 쾌감을 사람들에게 들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아름답고 쓸모없기를’에서)
주워온 돌을 빈 대야에도 넣어 보고 물에도 담가 보면서 어디에 쓸까 고민하는 시인. ‘너’와 ‘내’가 함께 그 돌을 이렇게도 놓아 보고 저렇게도 두어 보면서 쓰임을 생각해 보는 시간. 그런 시간도 ‘사랑’의 일부였음을 깨닫는 순간, 쓸모없어 보이던 돌이 사랑의 깊이를 더하는 데 쓰였음을 그때서야 깨닫는다.
시인 김민정 씨(40)의 새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문학동네)에는 이런 사유의 시편들이 들어 있다. 첫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의 재기(才氣)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다.
4일 만난 시인에게 이 변화를 물었다. “이제야 사람들과 대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걸어 나와 시를 통해 사람들과 만난다는 얘기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을 다룬 시편들이 유달리 눈에 띈다. 아빠 김연회의 메일, 시인 장철문의 카톡, 화가 차규선의 문자, 편집자 황예인과의 채팅을 시로 만든 ‘수단과 방법으로 배워갑니다’, 생전의 김춘수 시인과의 일화를 시로 옮긴 ‘춘분 하면 춘수’ 등이 그렇다.
‘넓적한 갈색 뿔테안경 너머 깡마른 선생은/손잡이 없는 작은 표주박과 닮아 있었다/애초에 물을 퍼낼 용도가 아니라/전주한지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던/철제 금속으로 형을 뜬 장식용 박 같았다.’(‘춘분 하면 춘수’에서)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이라는 표제 시에 대해 물었다. “꽃을 생각했다. 그래서 표지 컬러도 꽃분홍색으로 삼아 봤고…. 사는 일이 헛헛한데 그 헛헛함이 찰나여서 또 아름다운 게 아닌가 싶었다. 꽃같이 말이다.”
시인인 동시에 편집자로, 출판사 ‘난다’의 대표로 바삐 살아온 그이다. 최근 소설가 한강 씨의 신작 ‘흰’을 만들기도 했다. 그에게 정체성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편집자는 노력에 따라 성과도 달라지는데 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는 안 된다”며 “타고난 시인은 아닌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평론가 신형철 씨는 그의 작품에 대해 “‘이게 시가 아니면 뭐 어때?’라고 말하듯이 쓰인 시가 ‘이게 인생이 아니면 뭐냐!’라고 말하듯 삶의 깊은 데를 건드린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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