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M83 공연 장면.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M83은 지구에서 1500만 광년 떨어진 빗장나선은하다.
24일 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은 우주선이 됐다. 여기 가득 찬 2300명은 M83만큼 머나먼 어딘가에 잠시 다녀온 듯했다. 휘몰아치는 사운드와 영상, 정교한 연주는 근 몇 년 새 열린 록, 전자음악 내한공연 중 최강의 흡인력을 선사했다. 은하의 이름을 딴 프랑스 밴드 M83의 이날 첫 내한 무대다.
24일 첫 내한공연을 연 프랑스 밴드 M83 리더 앙토니 공잘레스. 2013년 톰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 ‘오블리비언’(2013년)의 음악을 만든 그는 “한국 영화 ‘친절한 금자씨’ ‘설국열차’ ‘괴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리플레이뮤직 제공2001년 데뷔해 포스트록, 앰비언트(음색과 분위기를 강조하는 음악), 신스팝(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음악)을 뒤섞은 압도적 스케일과 선율로 극찬을 받은 M83의 리더 앙토니 공잘레스(36)를 이날 공연 전 만나 인터뷰했다. 5년 만의 신작, 7집 ‘Junk’ 얘기부터 나눴다. ―신작은 영화 같은 서사성이나 웅장함이 덜한 대신 짧은 곡이 많고 팝송이나 샹송의 느낌이 늘었다.
“웅장한 음악을 만드는 진지한 팀이란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문득 다른 방향으로 선회해 팬들을 놀래 주는 것, 내가 10대 때 좋아한 밴드들의 그런 방식을 따르고 싶었다. 멜랑콜리는 변함없이 가득하다.”
―복고적이기도 하더라.
“덜 우주적이며 더 인간적이어서 내 또래 세대 사람들에게 잘 연결될 음반을 만들려 했다. 10대 때 스크린에서 받은 감흥을 담았다. ‘내 이름은 펑키’ ‘후스 더 보스’ 같은 1970, 80년대 미국 드라마의 영향이 짙다. 요즘 TV나 영화는 순수함을 잃었다. 그저 완벽해 보일 뿐이다. 완벽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었다.”
―옛 프랑스 대중예술인 중 특별히 좋아하는 이는….
“장뤼크 고다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카트린 드뇌브…. 영화 음악 감독 중엔 프랑수아 드 루베. 신시사이저와 실제 악기를 절묘하게 섞는 데 독보적이다. 아주 감성적이고 프랑스적이다.”
―당신 음악에선 블라디미르 코스마(영화 ‘라붐’ ‘유 콜 잇 러브’ 음악 작곡)도 떠오른다.
“‘라붐’을 아주 좋아했다. 어렸을 때 여러 번 봤다.”
―축구선수를 지망했지만 열네 살 때 부상을 입고 음악으로 전향했다고….
“축구 보는 건 여전히 즐긴다. 가끔은 삶에서 축구가 음악보다 중요하다고 느낀다. (프랑스 프로축구단) OGC 니스의 팬이다. 스타디움의 압도적인 규모를 상상하며 음악을 만들곤 한다. 수만 관객이 응원가를 제창할 때의 벅차오르는 느낌을 재현해 보려 한다.”
―다프트 펑크, 에어, M83…. 프랑스 전자음악 팀들은 서사성과 우수가 짙다는 면에서 비슷한 구석이 있다.
“우리 자랄 때 프랑스에서 일본 만화의 인기가 대단했다. 마쓰모토 레이지 감독의 ‘캡틴 하록’ ‘은하철도 999’ 같은. 깊은 감정, 죽음에 관한 주제, 피…. 요즘 TV에선 보기 힘든 아주 강렬한 것들. 함께 보고 자란 이것들이 우릴 프랑스적으로 만들었다.”
―신작 제목이 왜 ‘쓰레기(Junk)’인가.
“천문학에 관심이 많다. 별과 우주를 올려다보면 지구와 인간은 먼지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점점 정글이 돼간다. 매일 많은 게 생겨나는가 하면 또 버려진다. 당신이 뭘 만들든 그건 결국 쓰레기가 될 것이다. 이 음반조차도 언젠가는. 난 그 점이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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