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의 천재’ 트롬보니스트 피터 무어, 첫 내한공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16시 03분


코멘트
영국 남자와 손쉽게 대화하는 법. 축구 이야기다. 영국 남자를 만나 축구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금세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다.

21세의 천재 트롬보니스트 피터 무어도 그랬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만난 그는 축구 이야기를 하자 눈이 반짝였다. “제 고향이 맨체스터입니다. 맨체스터시티가 최근 잘하고 있어 행복해요. 예전에는 시즌 티켓을 사서 주말마다 경기 보러 다녔어요.”

그는 국제무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연주인이다. 13세이던 2008년 영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음악 콩쿠르인 ‘BBC 영 뮤지션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으로 주목을 받았다. 가정환경 자체가 그를 트롬본으로 이끌었다. “가족이 모두 금관악기를 다뤘어요. 아버지 어머니 누나가 호른, 형이 트럼펫을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자주 접했고 동작이 유달리 큰 트롬본이 좋았어요. 부모님은 취미로 즐기길 원했지만 제가 원해 전문적인 음악인의 길을 걷고 있죠.”

가족 브라스밴드(금관악기 악단)를 구성할 생각은 없었을까. “할아버지의 80세 생일과 사촌 결혼식, 단 두 번만 가족이 모여 연주했어요. 하지만 연주 전 의견충돌이 많아 더 이상 하지는 않아요. 하하”

BBC 콩쿠르 우승으로 영국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인생의 전환점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에 들어간 것. 그는 2014년 19세의 나이로 트롬본 제2 수석으로 발탁됐다. “어릴 때부터 들은 ‘천재’라는 수식어가 점점 부담스러워져요. 오케스트라와 활동하다 보니 내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조금이라도 부족한 연주를 하면 ‘저런 실력으로 어떻게 LSO에 들어갔나’는 소리가 나올까봐 걱정될 때가 있어요. 제 명성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트롬본은 오케스트라에서 결정적인 순간에만 큰 소리를 내며 연주한다. 트롬본을 위한 곡도 많지 않고 독주 악기로도 자주 쓰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독주 활동을 하는 세계적인 스타 연주자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는 이들 중에서 가장 젊은 연주인이다. “트럼펫과 호른만 해도 하이든, 모차르트 등이 쓴 협주곡이 있어요. 트롬본은 거의 없어요. 속상하지만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겨요. 저는 트롬본을 알리는 선구자가 되서 다양한 곡들을 개발하고 싶어요.”

젊은 나이이지만 그는 자신보다 어린 연주인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20일 오후 8시 연세대 금호아트홀연세에서 ‘트롬본센세이션’ 연주회를 갖기 전 국내 젊은 연주인들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가 열린다. “어린 연주인들을 가르치고 사람들에게 클래식을 좀더 많이 알리고 싶은 것이 제 목표에요. 궁극적으로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인 클래식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인 트롬본으로 다양한 스타일로 오랫동안 연주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축구 얘기를 다시 꺼냈다. 라이벌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에 대해서. “음…. 좋은 선수였어요. 라이벌 팀의 선수를 좋아하면 안 되는데 박지성은 정말 괜찮았어요.” 4만원. 1544-1555

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트럼보니스트 피터 무어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