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벨 “마음을 열면 클래식의 아름다움이 보여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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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구서 10년만의 내한공연…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46억 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들고 한국을 찾는 조슈아 벨은 꽃미남 등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대해 능청스러운 답변을 했다. “아, 사람들이 제 앨범의 커버 사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특별히 좋아하는 수식어는 없어요. 다만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신동’이라는 표현은 기억이 나네요. 흠.” 크리스 리 제공
46억 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들고 한국을 찾는 조슈아 벨은 꽃미남 등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대해 능청스러운 답변을 했다. “아, 사람들이 제 앨범의 커버 사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특별히 좋아하는 수식어는 없어요. 다만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신동’이라는 표현은 기억이 나네요. 흠.” 크리스 리 제공
2007년 1월 12일 오전 미국 워싱턴의 한 지하철역에서 야구 모자를 눌러 쓴 바이올리니스트가 45분간 길거리 연주회를 가졌다. 6곡의 클래식을 연주하는 동안 지나간 사람은 1097명, 1분이라도 귀를 기울여 연주를 들은 이는 7명, 동전함에 돈을 넣은 이는 27명이었다. 모은 돈은 32달러 17센트(약 3만7000원).

길거리 연주자로 변장한 바이올리니스트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49)이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제안으로 열린 실험이었다. 그가 사용한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로 400만 달러(약 46억 원)이며 그의 연주회 티켓은 보통 최저가가 10만 원을 넘는다. 당시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는 11일 오후 8시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10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라 있는 음악인이다. 14세 때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스타로 올라섰고 17세 때 카네기홀에서 데뷔했다. 2000년 주간지 피플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올랐고, 4차례 그래미상 수상에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받은 영화 ‘레드 바이올린’(1998년)의 주제곡을 연주하며 빌보드 클래식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공연에 앞서 동아일보와 e메일 인터뷰를 가진 그는 9년 전의 실험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어디를 가도 연주보다 이 질문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제는 예술과 그 실험의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미술 작품은 미술관에 걸려 있을 때, 음악도 무대와 같은 아름다운 장소에서 행해질 때 더 보기가 좋아요.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느꼈죠. 마음을 열지 못하면 어떤 아름다움도 바라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를 넘어 6년 전부터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의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클래식뿐만 아니라 영화·재즈 음악가들과 활발하게 협업도 벌이고 있다. “클래식 외에 다른 예술가들과의 공동 작업을 즐깁니다. 한 번의 협업을 통해 누군가를 클래식 음악에 처음 입문시키는 것도 보람 있는 공동 작업의 이유죠.”

그는 1년 중 300일 이상을 세계 곳곳으로 연주하러 다닌다. 그 와중에도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축구와 농구 경기를 보러 간다. 최근에는 골프까지 즐기고 있다. 그런 그도 살면서 꼭 달성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다.

“죽기 전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곡에 흥미가 있어 곡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직 완성과는 거리가 멀어요. 많은 음반을 만들고 싶죠. 그래도 음악인으로서 저의 최종 목표는 작곡가로부터 창조된 곡을 현재의 청중과 함께하는 겁니다.” 7만∼16만 원. 053-668-1800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조슈아 벨#바이올리니스트#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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