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에세이 ‘비움, 아름다운 채움’ 이후 4년 만에 신작을 낸 성전 스님. 경남 남해 염불암에서 적적하게 살고 있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듯이 나는 나를 짚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4년 만에 에세이집 ‘괜찮아, 나는 나니까’(담앤북스)를 펴낸 성전 스님(56)은 책 표지에 이 말을 직접 골라 넣었다.
성전 스님은 월간 ‘해인’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불교신문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불교계의 문사(文士)로 통한다.
그는 이 책에서 “‘나는 나니까’는 주위 상황이나 남들의 평가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든 가치와 기준의 생산자로서 자신의 삶을 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문제가 생겼다면 나로부터 해결해야 한다. 나의 희망은 ‘나 자신’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동안 경남 남해군 용문사 주지를 8년간 하다가 절 위의 조그만 암자(염불암)로 이사한 뒤 쓴 91편의 글을 선보였다.
“실제 고통보다는 생각이 빚어낸 고통이 너무 많아요. 지금 여기에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고, 앞날은 준비하되 미리 걱정하지 말길 바랍니다.”
그는 특히 요즘 너무 처지를 비관하고 현재를 최악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했다.
그는 “살아 있으면 최악은 아닙니다. 내가 남이나 환경을 바꾸긴 어렵지만 나를 바꾸는 건 가능하잖아요. 거기서 출발해야 행복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들려준 우화가 재미있었다. 식솔이 많이 딸린 한 남자가 현자를 찾아갔다. 집이 너무 좁다는 가족의 성화가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현자는 소 한 마리를 집에 들여놓으라고 했다.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하자 가족들은 집이 더 좁아졌으니 소를 제발 빼달라고 했다. 남자가 소를 빼자 가족들은 “이제 좀 살 만하다”고 말했다.
성전 스님은 2005년부터 불교방송(BBS)에서 ‘행복한 미소’의 DJ로 활약하며 ‘미소 스님’이란 애칭도 얻었고 최근에는 불교TV의 ‘뮤직에세이 편지’를 진행하고 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없다, 노래 CD나 만들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엔 동문서답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현답(賢答)인 거 같았다. 그 느낌이 궁금해 그의 책을 다시 읽었다. 이 구절이 가슴에 닿았다.
“돈도 명예도 사랑까지도 잡으려 하지 말거라. 그 어떤 것도 모두 지나가는 것이니 그냥 아름답게 작별하는 법을 배우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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