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청계천 책방]파리에서 만난 ‘셰익스피어’

  • 동아일보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등이 머물며 글을 썼던 곳이다. 영화 ‘비포선셋’,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나왔다. 16일(현지 시간) 희귀본 코너에 들어서자 영문판 ‘이방인’이 보였다. 가격만 물었을 뿐인데 직원은 벌떡 일어나 유리문을 열고 책을 꺼내 빛바래 누런 페이지를 조심스레 넘기며 “850유로(약 112만 원)”라고 답했다. ‘동물농장’은 3000유로(약 396만 원)란다. 서점을 나서자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 이곳 2층 벽에 쓴 유명한 글귀가 그의 얼굴 위로 겹쳐졌다. “이방인을 홀대하지 마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 수 있으니.” 책을 사면 셰익스피어 얼굴 도장을 찍어주는 곳, 작은 침대를 여기저기 놓아 마음껏 머물게 만드는 곳. 책이 어떤 보석보다 더 빛날 수 있음을, 자석보다 더 강하게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음을 이곳은 증명하고 있었다.

파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셰익스피어#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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