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착한 아이’ 오미보 감독 “아동학대, 제3자가 손 내밀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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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매일같이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일본 영화 ‘너는 착한 아이’가 24일 개봉한다.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학대와 방임, 자폐로 인한 장애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주변 어른들의 모습을 잔잔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렸다. 지난해 제 37회 모스크바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일본에서 문부과학성 추천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오미보 감독(39)을 15일 만났다.

“원작소설에서 집에서 방치되고 학대당하던 한 아이가 선생님이 ‘저녁으로 뭘 먹느냐’고 물었을 때 (저녁을 굶는다는 듯) 학교에서 주는 점심 급식 메뉴를 줄줄 읊는 장면에 충격을 받았어요. ‘너는 착한 아이야’라고 달래는 것만으로 학대 문제는 끝나지 않죠. 소설에서 제가 봤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어요.”

영화는 일본 홋카이도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 담임을 맡은 신임 교사 오카노(코라 켄고)에게 학교는 ‘귀찮은 문제’의 연속이다. 아이들은 시끄럽고, 학부모는 사소한 일에도 펄펄 뛴다. 하지만 학대당하는 학생 칸다를 만나며 오카노는 조금씩 성장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가족에게 꼭 안겨보고 오라’는 숙제를 내준 오카노에게 아이들이 감상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오 감독은 “아역배우 대신 현지에서 캐스팅한 일반 아이들을 출연시켰다. 그 장면에도 아이들의 솔직한 말을 그대로 담았다”고 했다.

영화에는 아이에게 폭언을 퍼붓고 손찌검을 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학대 장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현재 9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한 그는 “영화 편집을 끝낼 무렵에 임신 사실을 알았고, 개봉 직전에 아이를 낳았다. 지금이라면 영화 속 아이가 엄마에게 학대당하는 장면을 그렇게 촬영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아이가 맞는 장면이 이제는 너무 구체적인 감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성이면서 재일교포 3세이기도 한 그는 “재일교포,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적은 없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감각을 갖고 있었고, 그 때문에 영화 일을 하게 됐다. 지금도 늘 보통이란 무엇인가, 보통의 가족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의 문제를 늘 고민 한다”고 했다.

“그 동안 학대당하는 아이는 늘 있어왔고, 그게 최근 들어서야 ‘아동학대’라는 문제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우리가 이 문제를 접하고, 가슴 아파하고, 계속해서 해결을 위해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죠.”

영화에서 각각의 어려움을 겪던 아이와 부모는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돌파구를 찾게 된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동시에 사람에게 위안받고 구원받죠. 물론 가족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웃이나 친구 같은 제 3자의 관심도 누군가에게는 위로, 혹은 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으면 합니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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