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영화로 제작되는 ‘음치’ 소프라노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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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는 1868년 미국에서 부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피아노를 잘 쳐서 신동 피아니스트로 각광을 받았죠.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음대 진학은 포기했습니다. 피아노 교사를 하기도 했지만 팔을 다치면서 그것도 포기했습니다.

41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재산을 물려주었습니다. 젱킨스는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레슨을 받는 한편 뉴욕 사교계에 진출해 수많은 클럽에 가입했고 자신이 ‘베르디 클럽’도 창설했습니다. 이 모임들에서 노래를 선보이며 그는 차츰 자신을 얻었습니다.

그의 노래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1912년부터는 공식적으로 소프라노 리사이틀을 열기 시작합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이 묘했지만 1944년에는 드디어 대망의 카네기홀 데뷔 공연을 합니다. 입장권은 공연 몇 주 전에 매진됐고, 작곡가 잔 카를로 메노티, 소프라노 릴리 퐁스를 비롯한 당대 뉴욕의 수많은 명사들이 객석을 메웠습니다. 그러나 신문에 실린 평들은 좋지 않았습니다. 이틀 뒤 그는 갑자기 심장 발작을 일으켰고, 한 달 뒤 숨을 거뒀습니다. 악평이 그의 건강을 악화시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세상은 그의 노래를 인정하지 않았을까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젱킨스는 표현은커녕 음정도 박자도 전혀 맞지 않는 노래를 불렀던 것입니다. 그는 한 단어로 표현하면 ‘음치’였습니다. 젱킨스가 노래한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들어보면 웃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강아지의 애처로운 낑낑거림 같다고 할까, 이 노래 가사 그대로 ‘지옥의 복수’를 표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세상이 이 특별한 ‘소프라노’를 더욱 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젱킨스의 생전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은 프랑스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이 이달 국내 개봉됩니다. 이 영화는 26일 열린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카트린 프로)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한편으로 실제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영국 영화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도 영국에서 제작 중입니다. 타이틀 롤에 메릴 스트립, 상대역에 휴 그랜트 등 초호화 배역도 눈길을 끕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소프라노#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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