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연극인과 뭉친 이윤택 감독 ‘바냐 아저씨’…“연극판 ‘전원일기’ 나올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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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인 배우들? 한마디로 ‘돌아온 대학로 양아치’들이지.”(이윤택 연출)

“이윤택 감독이요? 반은 미친 사람이지. 연습 시작하면 자기자랑만 한 시간이야.”(배우 김지숙)

연극계에서 만만찮은 배우와 연출가가 한데 뭉쳤다. 자기 소신이 확실한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4)과 김지숙(60) 이용녀(60) 기주봉(61) 등 중견 연극인 창작집단 소속 배우들이 27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2관에서 연극 ‘바냐 아저씨’를 올린다. 1897년에 출간된 안톤 체홉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는 사랑의 아픔과 권력의 무상함을 묘사한 고전. 연극계에선 이번 조합을 두고 ‘조만간 사고 한번 날 것’이라고 수군거린다. 중견 배우와 베테랑 감독이 빚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13일 연습을 끝내고 만난 이윤택 감독과 배우들 사이에선 묘한 긴장감과 동지애가 동시에 느껴졌다.

이 감독은 “12일 고 백성희 선생 노제 때 만난 연극인들이 ‘고집 센 중년 배우들 감당이 됩니까’라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김지숙은 세상에서 지가 젤 잘난 배우인줄 알아서 연출가 말을 죽어라고 안 듣는다’, ‘곽동철은 막판에 늘 뒤집는 배우다’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진짜 선수들끼리 작업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말이다. 다들 프로라 방향성과 논리만 정확하면 작품을 위해 한 방향으로 걸어갈 사람들이다.”

엘레나 역의 김지숙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이 감독이 고집이 세 감당이 안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면서도 “우려와 달리 이 감독은 배우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정답을 가진 연출가”라며 추켜세웠다. 이봉규는 “예전보다 부드러워진 이 감독이 좋다”며 웃었다.

중년 배우들은 “(그동안) 많이 외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숙은 9년 만에, 아스트로프 역의 곽동철은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이봉규 이용녀 이재희 기주봉도 “20~30대 배우들이 주류인 연극계에 중년 배우가 설 자리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바이니쯔까야 역의 이용녀는 “작품에서 할머니, 중년 어머니 역도 젊은 배우가 해버리니 정작 중년 배우가 설자리는 없다”며 “이번 연극에서 대사는 고작 5개지만 또래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 자체가 신난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 감독이 또 ‘돌직구’를 날렸다. “중년 배우들이 외로워진 이유는 간단해. 젊은 연출가들이 중년 배우들 컨트롤이 안 되니까 안 부르는 거야. 배우들이 구력이 있으니 ‘너 왜 연출을 그렇게 하니’라며 대들거든. 하하.”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중년 배우들과 ‘바냐 아저씨’를 함께 하게 된 것을 두고 “한국 연극이 내게 준 보답”이라고 말했다. “한때 마약복용으로 9시 뉴스에도 나왔던 기주봉 배우는 한 번도 만나본적 없는 ‘바냐’를 연기할겁니다. 김지숙은 연기패턴이 상당히 절제돼 있고 모던한 연기를 선보이죠. 곽동철은 진지하고 학구적인 연기를 보이죠. 제대로 된 연기가 뭔지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겁니다.”

원로 배우 이순재(81)도 자리에 합류했다. 그는 “드디어 제대로 된 연출가와 배우들이 만드는 ‘바냐 아저씨’를 볼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이에 이 감독은 “제대로 된 시골 생활극을 만들어볼 생각”이라며 “연극판 ‘전원일기’가 나올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27일부터 2월 6일까지 대학로아트원시어터 2관, 3만~5만 원, 02-765-952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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