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호 씨는 “인문서를 쉽게 써서 베스트셀러로 만들기보다는 완독률이 높은 책의 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륜이 쌓이면 ‘티베트 사자의 서’처럼 종교와 정신을 다룬 ‘사장의 서’란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조곤조곤 일정한 톤으로 말하는 그의 첫인상은 그의 집이 있는 서울 평창동의 분위기와 묘하게 닮았다. 주인공은 ‘채사장’이라는 필명의 채성호 씨(34). 그가 쓴 인문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 1, 2권은 지난해 65만 부 이상 팔리며 국내 저자의 책으로는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채 씨는 최근 ‘시민의 교양’(사진)이란 신간을 냈다. 최근 자택에서 만난 그에게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소감부터 물었다.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계속 쓰고, 일주일에 최소 2, 3번은 강연하고….”
그는 ‘취미도 없다’고 했다. 쉴 때는 ‘잔다’고 한다. ‘사장’을 필명에 넣은 이유를 묻자 그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설명을 맡다 보니 부르주아를 가장 잘 상징하는 단어를 쓴 것”이라고 답했다.
‘시민의 교양’에서 그는 세상을 ‘시장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와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는 세계’로 나눈 후 두 세계 안에서 세금, 국가, 교육, 정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시민’인 우리에게 ‘어떤 세계를 선택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지식 트렌드를 담아 대박을 냈던 ‘지대넓얕’과 달리 제목이 심심하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결국 분배의 문제죠. 자원은 희소해 어떻게 나누느냐가 중요하잖아요. 투표를 통한 시민의 선택으로 두 세계 중 한쪽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봤어요.”
‘지대넓얕’의 성공 요인처럼 그는 복잡한 내용도 비교적 쉽게 설명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보수나 진보, 다 괜찮다고 봐요. 하나의 정치적 성향으로 일관하는 건 정치인이고 시민은 전체와 개인의 이익을 조율해서 그때마다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죠. 다만 선택의 결과로 드러날 현상은 무엇인지, 사회가 어디로 나아갈지를 잘 알고 선택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어요.”
그는 “개인적으로는 보수적 성향”이라고 밝혔다. 채 씨의 설명은 명료했지만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대넓얕’이 성공하자 인문서마저도 인터넷처럼 얕은 지식을 내세운다는 비판도 나왔다.
“어렵게 쓰는 저자는 많잖아요. 인문학이 부담스럽고 책을 잘 접하지 않는 독자를 위해 계속 쓸 거예요. 쉽게 쓰는 것 자체가 아니라 완독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균관대에서 철학,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취업 준비 대신 도서관에 파묻혀 2년간 책만 읽었다. 졸업 후 화장품 사업, 임대업, 논술 강사를 거쳤다. 2011년 제주도 여행 중 교통사고로 친구 2명이 숨진 뒤 스스로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지대넓얕’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종교와 정신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며 기자에게 ‘티베트 해탈의 서’와 ‘우파니샤드’를 꼭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했다.
다만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라’고 조언했다.
“독서에 대한 강박관념은 산업화, 자기계발 담론과 연결된다고 봐요. 책 내용이 좋아서 읽는 게 아니라 읽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겁니다. 사회가 책을 읽으라고 등 떠민다면 먼저 그 사회에 경제적 정치적 문제가 심각하고 그것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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