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어찌 저희를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카인, 신에게 묻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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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주제 사라마구 지음/정영목 옮김/212쪽·1만4500원·해냄

성경은 오랜 시간 작가들이 차용해온 이야기의 소재이자 주제였다.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1922∼2010)의 ‘카인’도 마찬가지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성경에 등장하는 ‘카인과 아벨’의 그 카인이다. 성경의 첫 인간 아담의 아들이자, 신이 동생 아벨을 더 사랑한다고 여기고 동생을 죽인 사람이다.

카인과 아벨 하면 떠오르는 소설로는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이 대표적일 것이다. 성경의 이야기를 현대사로 변주한 스타인벡 소설에 비해 사라마구의 ‘카인’은 좀 더 직접적이다. 성경의 그 카인이 등장해 아벨을 죽인 뒤 구약의 다양한 사건들을 목격하고 이야기와 느낌을 들려주는 형식이다. 카인은 신의 명령에 따라 아들 이삭을 죽이려는 아브라함을 발견한다. 소설에서 이삭을 내리치는 칼을 막는 것은 성경에서처럼 신의 사자가 아니라 카인이다. 신이 보낸 천사가 날개에 결함이 생겨서 늦었기 때문이다. 카인이 아니면 죽을 뻔했다고 반박하는 아들과 카인이 아니더라도 신이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든 개입했으리라는 아버지 아브라함의 대화는 흥미롭다. 많은 인간 독자들이 구약의 신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해 봤을 법한 의문이기도 하다.

사라마구는 바벨탑과 노아의 방주, 사람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으로 섬기다가 죽임을 당한 사건 등을 카인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은 요설에 가까운 수다스러움이다. 작가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성경의 사건들을 비틀면서, 카인을 통해 ‘신이 도대체 왜 이런 일을?’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이 도발적인 주제의식으로 인해 이 소설은 꽤나 논란을 겪기도 했다.

이 작품은 사라마구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내놓은 것이다.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인간’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것을 어떻게 문학적으로 담아낼지 고뇌했던 작가의 치열한 성찰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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