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전 세계가 열광하는 ‘에어조던’… 농구화라 쓰고 ‘보물’이라 읽는다

  • 동아일보

[Trend]특별한 사랑 받는 ‘명품’ 운동화 세계

아디다스 슈퍼스타 발 보호하는 첨단기술 적용

컨버스 척 테일러 시리즈 가벼운 소재로 혁신 불러

나이키 에어포스 원 쿠셔닝 내장 기술 첫 도입

편하고 세련된 농구화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
미국의 톱 모델인 지지 하디드가 신은 아디다스 슈퍼스타.
미국의 톱 모델인 지지 하디드가 신은 아디다스 슈퍼스타.
미국 래퍼 제이 지의 나이키 에어조던8.
미국 래퍼 제이 지의 나이키 에어조던8.
영국의 패션모델인 아그네스 딘이 신은 컨버스 척 테일러.
영국의 패션모델인 아그네스 딘이 신은 컨버스 척 테일러.

11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나이키 농구 전문 매장인 동대문 �씨티점 앞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긴 줄이 늘어섰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헐레벌떡 이곳을 찾은 직장인들은 긴 줄을 보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물러서야만 했다. 어린 학생에서부터 다소 나이가 든 중년 신사 그리고 여성들까지 길게 줄을 섰던 이유는 단 한 가지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것은 나이키의 농구화 ‘에어조던11’이었다.

농구화의 전설 에어조던 시리즈

나이키의 농구화 에어조던 시리즈는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신발로 유명하다. 다른 신발들과 달리 한정 수량만 판매하기 때문에 23만9000원이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매 자체가 행운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이날 동대문 �씨티점을 찾은 직장인 전모 씨(30)는 “개인적으로 에어조던 시리즈 중 에어조던11을 가장 좋아해 꼭 신어보고 싶었으나 줄이 너무 길어 서 볼 엄두조차 못 냈다”고 밝혔다.

조던 시리즈의 발매 소식이 공지되면 온·오프라인에서는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눈치작전이 시작된다. 어느 점포에 몇 켤레가 들어왔는지 어떤 사이즈가 가장 많은지에 대한 글이 수없이 오간다. 판매가 되고 난 후에는 온라인에 프리미엄 금액을 얹어 팔겠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13일 발매된 ‘에어조던11 72-10’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리셀가(중고판매 가격) 36만 원에 나오기 시작해 현재는 42만∼45만 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에어조던 시리즈는 크게 선착순과 추첨 두 가지 방식으로 판매가 된다. 선착순 방식은 매장에 빨리 오는 순부터 하나씩 판매하기 때문에 발매일이 알려지면 며칠 전부터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캠핑족이 늘어나 문제점으로 지적되자 등장한 것이 추첨 방식이다. 추첨권을 나눠주고 당첨되면 농구화를 사는 방식이다.

에어조던 시리즈가 한국에서만 유독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에어조던 농구화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새치기 문제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고 농구화가 들어온 상점을 10대들이 털려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단순히 농구화에 불과한 에어조던 시리즈가 이처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어조던 시리즈는 단순한 농구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신봉자들의 설명이다.

에어조던의 주인공인 마이클 조던은 미국프로농구(NBA)뿐 아니라 전 세계 농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선수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조던의 동작 하나하나는 그가 데뷔했던 1984년부터 2003년까지 매스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에 전해졌고 청소년들의 우상이 됐다. 지난해 12월 ‘에어조던11 레전드블루’를 추첨으로 구매한 조던 마니아 박관수 씨(36)는 “조던은 조던이니까 사랑한다”고 밝혔다. 박 씨는 “고등학교 시절 조던은 2번째로 3번 연속(96∼98년) 우승을 이뤄낸 나의 영웅이었다”며 “어릴 적 조던에 대한 향수가 에어조던을 구매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농구 황제가 신었던 신발에는 ‘성공’이란 의미가 녹여져 있다. 가난했던 흑인 청소년들은 승승장구하는 조던을 보며 꿈을 키웠고 성공 후 어릴 적 동경했던 에어조던 시리즈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공한 이들이 신은 신발을 보며 에어조던 시리즈에 대한 열망은 더 커져만 갔다. 미국에서 ‘에어조던’은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이를 악물고 성공한 자들의 ‘월계관’과 같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전 NBA 선수인 앨런 아이버슨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 아버지가 가족을 버려 미혼모인 어머니가 어렵게 우리를 키웠지만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이 와중에도 어머니가 돈을 모아 ‘매일 열심히 농구 연습을 하라’며 에어 조던 농구화를 사주셔서 눈물을 머금고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래퍼 제이 지도 성공 후 가장 즐겨 신는 신발 중 하나가 에어조던 시리즈다. 현역 NBA 선수인 크리스 폴은 아예 에어조던 시리즈만으로 가득 채운 자신만의 신발 전시방을 공개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내가 바로 나이키 ‘에어조던11 72-10’
내가 바로 나이키 ‘에어조던11 72-10’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농구화, 패션의 영역까지 넘봐

자동차가 ‘신(新)기술의 집약체’이듯 농구화는 신발 기술의 종합판이다. 점프와 착지 과정에서 부상 위험이 높은 농구의 특성상 그 시대의 가장 발전된 기술이 농구화에 접목되기 때문이다.

1969년 최초로 선보인 아디다스의 슈퍼스타는 그 대표적인 경우다. 슈퍼스타는 선수들의 발가락 부상을 막기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조개 껍데기 모양의 셸토(Shell Toe)가 특징이다. 그전까지의 농구화들은 발톱을 보호하는 장치가 없어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나면 엄지발톱이 부러져 있거나 발가락에 피멍이 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농구는 급격한 방향 전환과 급정지 등 발가락에 무리가 가는 동작이 많아 선수들의 부상이 잦았다. 슈퍼스타는 이와 함께 아킬레스힘줄을 보호하는 소프트프로텍트 신발패드 등 그 당시의 첨단 기술을 집약시켜 발매 다음 해인 1970년 NBA 통산 득점 1위 카림 압둘자바 등 NBA 선수들의 75%가 착용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도 시판되는 농구화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고가 농구화인 ‘르브론13’과 ‘D로즈 6 부스트’ 등은 5, 6가지의 신기술이 접목돼 있다. 르브론 시리즈만 3개를 갖고 있는 이용필 씨(35)는 “농구를 할 때는 아무래도 부상 방지를 위해서 최신 기술이 접목된 농구화를 찾게 된다”고 밝혔다.

농구화는 경기 중 선수들이 신은 모습이 전 세계에 노출되기 때문에 디자인도 혁신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인기 많았던 농구화들이 현재는 캐주얼 패션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에어조던과 슈퍼스타는 시대가 변해도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패셔니스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농구화다.

컨버스의 척 테일러 시리즈도 농구화로 시작해 현재는 캐주얼 패션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1917년 처음 세상에 나온 컨버스 척 테일러는 기능성 농구화의 조상으로 불린다. 그전까지 농구화란 일반 신발에 타이어로 바닥을 대는 정도가 고작이어서 무겁고 불편했지만 컨버스는 캔버스 천과 고무란 가벼운 소재의 사용으로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다. 컨버스 척 테일러는 1970, 80년대까지 줄리어스 어빙 등 많은 NBA 선수들이 신고 뛰었지만 나이키, 아디다스 등에서 기능성 농구화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현재는 패션화로서 족적을 이어가고 있다. 가벼운 무게에 남녀노소 누구나 신어도 어울려 현재도 인기가 많다.

힙합 패션의 필수 아이템 중 하나인 나이키의 에어포스 원(1982년 출시)도 태생은 농구화다. 현재는 기능이 많이 떨어져 선수들도 농구화로는 신지 않지만 힙합 패션 영역에서는 위치가 굳건하다. 에어포스 원은 나이키 농구화 중 처음으로 새로운 쿠셔닝인 ‘에어’를 내장했고 발목을 감싸는 스트랩을 만들어 선수들의 부상 방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에어포스 원은 발매 후 농구 선수들뿐 아니라 나스, 라킴, 카녜이 웨스트 등 세계 정상급의 래퍼들이 신으면서 국내외에서 힙합 패션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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