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연보호, 단지 경이롭기에? 투자할 만한 가치 있으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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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에 투자한다/마크 터섹, 조너선 애덤스 지음/김지선 옮김/
328쪽·1만9500원·사이언스북스

“여러분이라면 주말 데이트를 정수장에서 하겠어요, 캐츠킬에서 하겠어요?”(63쪽)

뉴욕 시에서 161km 떨어진 캐츠킬은 뉴욕 시에 물을 공급하는 지역이다. 1980년대부터 지역경제가 바뀌어 수질오염이 심해졌고 물을 정수할 큰 공장이 필요했다. 예상된 지출액은 80억 달러. 1997년 뉴욕 시 공무원들은 색다른 결정을 내렸다. 취수원인 캐츠킬의 자연 관리에 투자해 수질오염을 미리 막기로 한 것이다.

투입된 예산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15억 달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뉴욕 시민들은 깨끗한 물을 얻게 됐고, 캐츠킬 주민은 자연을 관리하며 돈을 벌었다. 돈도 아끼고 자연도 지키고, 정수장 대신 남은 자연공간이 데이트하기 좋은 곳이 된 건 덤이다.

국제자연보호협회 회장인 저자 마크 터섹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해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24년간 근무했다. ‘금융맨’ 출신답게 투자의 관점에서 실익을 따져가며 자연보호 이야기를 한다.

그는 자연이 단지 경이롭기에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만난 사람 중 세계에서 가장 큰 콜라 제조사를 운영하는 카를로스 살라자르는 자연 보호에 관심이 많다. 콜라 제조에 필수적인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9장으로 구성된 이 책 곳곳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자연에 투자하는 것이 자연보호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다는,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과 기름처럼 보였던 ‘경제성장’과 ‘자연보호’가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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