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이들 놀이터, 이런 게 필요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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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생각/귄터 벨치히 지음/288쪽·1만4000원·소나무

기자의 어린 시절 놀이터는 습지가 있는 동네 뒷산과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골목길이었다. 기자가 당연하게 누렸던 이 놀이터를 아이들에게 주려면 직장과 아주 먼 교외로 이사 가는 수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은 놀 시간도 없지만, 그나마 아파트단지의 좁은 놀이터에서 논다. 주차장과 놀이공간의 넓이를 비교해 보면 우리가 어린이보다 차를 더 대접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빽빽한 아파트 사이의 작은 땅에 자리 잡은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은 어떻게든 가장 재미있게 노는 법을 찾아내기 마련이지만, 천편일률적인 놀이기구 몇 개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면 ‘이게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전 세계에 있는 수천 개의 놀이터를 디자인한 지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쳇바퀴를 돌리는 실험용 쥐처럼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제 삶에 필요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주위 환경을 스스로 디자인해서 만들고 싶어 하지만 기존의 놀이터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40년 경험을 압축해 좋은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세부적인 조언을 담았다. 놀이터 입구와 울타리, 바닥과 기초공사, 내부의 경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놀이기구는 어떤 것이 좋은지, 유치원 학교 운동장 도시 놀이공간은 각각 어떻게 다른지 등이다.

일례로 모래놀이터에 울타리와 발판을 설치해도 애완동물로 인한 오염을 막을 수는 없다. 주변에 동물들이 뛰놀 수 있는 모래 터를 따로 만들어줘야 한다. 모래는 매년 갈퀴로 청소하고 3∼5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페이지마다 있는 삽화가 이해를 돕는다. 동네 놀이터가 갑갑하게 느껴졌던 어른들이라면 일독할 만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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