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영감이 떠올라야 만드는 마카롱”… 달콤한 디저트의 황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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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에르메’ 창업자 에르메 씨 인터뷰

바닐라 향이 가득한 필링이 인상적인 피에르 에르메의 ‘인피니멍 바닐(무한한 바닐라)’ 컬렉션. 피에르 에르메 제공
바닐라 향이 가득한 필링이 인상적인 피에르 에르메의 ‘인피니멍 바닐(무한한 바닐라)’ 컬렉션. 피에르 에르메 제공
지난달 한국에서 만난 피에르 에르메 씨.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지난달 한국에서 만난 피에르 에르메 씨.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상품 기획이 없는 마케팅이라니…. 피에르 에르메의 신상품은 전적으로 에르메 씨의 머리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어떤 맛을 생각하다가 영감을 받으면 그날로 레시피를 만들어요. 셰프들에게 레시피대로 만들게 하고 그 맛이 내가 표현하려고 한 그 맛인지를 확인합니다. 그 후 마케팅팀이 제품을 보고 프로모션 전략을 짜는 거죠.”

“창의력과 맛이 성장 비결”


최근 그가 선보인 ‘자르댕 뒤 술탄(술탄의 정원)’ 컬렉션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다채로운 맛을 내고자 이국적인 재료를 넣었다. 커피와 오렌지크림을 오묘하게 섞였다. 먹다 보면 크림 속에서 재료 알갱이가 씹힌다.

패션 하우스가 신상품을 내놓은 뒤 시간이 지나면 매장에서 치우듯, 에르메 씨도 새로운 컬렉션을 내놓고 한두 달이 지나면 또 다른 컬렉션으로 대체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창조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부담감은 아직 없다고 한다. 좋은 맛을 창조하는 게 그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과이기 때문이다.

에르메 씨는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의 특징은 확연하게 재료의 풍미가 느껴진다는 것”이라며 “고객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세상에 없는 창의적인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회사에서 그의 직함은 ‘크리에이터(Creator)’이다. 그의 창의력이야말로 경쟁이 치열한 프랑스 제과업계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다. 2007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으며 ‘장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독특한 색감과 색다른 맛 덕분에 ‘디저트계의 피카소’라는 별명도 얻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피에르 에르메 매장.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피에르 에르메 매장.
피에르 에르메의 봉봉 오 쇼콜라.
피에르 에르메의 봉봉 오 쇼콜라.
“한국 고객 열의에 놀라”

에르메 씨는 4대째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제과 및 제빵 사업을 꾸려온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좋은 빵과 디저트를 접하는 게 그의 일과였다. 아홉 살 때부터 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시에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어릴 때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까진 못했어요. 그냥 고향에서 가업을 물려받기보다 파리로 나가 마음껏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르노르트’ ‘라뒤레’ 등 유명 제과 브랜드의 셰프 및 컨설턴트로 이름을 떨치던 그는 공동창업자인 샤를 잔티 씨(현 피에르 에르메 사장)와 의기투합해 1996년 ‘피에르 에르메’를 창업했다.

첫 매장은 의외로 일본 도쿄에 냈다. 일본 도쿄에 있는 ‘뉴 오타니’ 호텔의 제과부문을 컨설팅해주다 호텔로부터 ‘그냥 매장을 내 달라’는 권유를 받은 것. 이후 세계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홍콩 등에서 매장을 늘려갔다. 그는 리츠칼튼 호텔과 협업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에르메 씨는 한국에서도 올해 초 그의 레시피를 담은 일러스트 책을 내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현대백화점의 우수고객(VIP)들과 만나 마카롱과 초콜릿 제조법에 대해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세계 어디를 다녀도 한국에서처럼 많은 질문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국내에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등 유명인사 팬이 많다고 하자 에르메 씨는 “마담 리(이부진)는 파리에서 만난 적이 있다”며 “맛을 보고 인정해주는 고객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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