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중후한 신사의 아우라, 60년 전통의 기술로 완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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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갈’을 신는 남자

‘리갈 S60’ 스페셜 에디션
‘리갈 S60’ 스페셜 에디션
“아빠, 이 신발 신고 입학식에 와.”

정작 그 말을 했다는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아버지는 그 신발을 꺼내 신을 때마다 얘기를 하셨다. “제 깐에는 입학식이 중요한 날이었던 거지. 애비 신발까지 골라주었으니까. 그 이후에도 이 신발을 신고 나가면 인사를 하러 나와서도 배시시 잘도 웃었어, 네가.” 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하신 그 이야기 때문인지, 정말 초등학교 입학할 시절부터 좋아한 것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그 구두가 가장 좋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버지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할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생긴 신발을 선물 받았다고 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학생도, 청년도 아닌 남자가 되는 건 구두를 신는 일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이 구두를 사주셨다고 했다. 뭐든 한결 같은 아버지는 그후로도 신발이 헤지면 똑같은 구두를 샀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두’에서 ‘리갈 구두’가 되었다. 알파벳이 기호가 아니라 문자로 읽히는 시절이 되자 그 구두에 써 있던 글씨가 이름이 된 것이다. 구두를 보면 그 남자의 인생 전체가 보이는 법이다. 이것 또한 아버지가 늘 하시는 말씀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의 신발장은 소박했고 구두는 깨끗했다.

아버지는 나의 입학식, 졸업식에는 늘 은은하고 중후한 광택이 있는 리갈을 신고 나타나셨다. 블랙 윙팁 레이스업 슈즈. 나와 아빠는 ‘리갈’을 신었다는 것이 우리 사이에 있는 기쁜 일에 동감하는 일종의 약속 같은 것이 되었다.

내가 첫 월급을 탔을 때 아버지는 블랙 윙팁 슈즈가 하나 더 늘었다. 시간이 많아졌지만 구두를 신을 시간은 줄어든 아버지는 오래 공들여 구두를 닦는 것으로 그것을 대하는 시간을 늘리셨다. 아버지가 그렇게 구두와 교감하는 형태를 바꿔가는 동안 나는 리갈도, 윙팁도, 입학식으로부터도 멀어졌다. 시간이 지난 뒤 결혼을 하겠다고 나선 딸이 사윗감을 데리고 왔을 때도 아버지는 청년의 구두부터 보았다. 공교롭게도 잘 구워진 식빵 껍질 같은 색깔의 윙팁 슈즈를 신고 온 그를 보시고서는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나는 아버지의 눈짓의 이유를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음에 드시나 보다 했을 뿐이었다. “구두를 잘 관리해 신는 남자는 믿어도 되지. 취향은 안 변한다더니 진짜구나. 유치원 때부터 좋아하더니.” 그제서야 아빠의 눈짓이 마음으로 이해가 되었다.

●1954년 태어나 올해 3월 누적 판매량 1000만 컬레 넘어서

결혼식 날, 신부는 엄마, 아빠와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고 해서 몇 달 전부터 서로 눈을 보지 않는 연습을 했다. 마침내 신부 부모님과의 인사 순간. 엄마의 눈 대신 보기로 한 것은 아버지의 신발. 그런데 엄마의 눈을 본 것보다 더 큰 눈물의 폭풍을 만들었다. 아빠의 까맣고 멋진 리갈이 거기 있었다. 십 년도 더 된 첫 월급의 리갈이 어제 산 것처럼 번쩍이며 그 순간을 축하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몇 달 전 77세의 생일을 맞이했다. 도무지 신고 나가실 곳도 없고, 도움이 없이는 구두를 신는 것조차 어려운 아버지에게 내가 입학식 때 신고 오라 졸랐던 그 신발을 사드렸다. 리갈. 우리의 리갈이 아버지처럼 조용하고도 굳건하게 나이 들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모든 게 똑 같은 그 신발, 더 좋아진 그 신발을 들고 아버지는 나의 어린 시절보다 아버지의 청년을 먼저 회상하셨다. 그게 서운하진 않았다. 오히려 더 남자처럼 신사처럼 느껴졌다.

헤리티지 리갈 뉴세븐(왼쪽).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
헤리티지 리갈 뉴세븐(왼쪽).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
60년 동안 한국 남성과 함께 성장

한 브랜드가 60년 동안 건재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60년 동안 남성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구두가 있다는 건 또 어떤 것일까? 브랜드의 이름처럼 중후한 품격의 대명사가 된 구두, 금강제화의 리갈(REGAL)을 보면 그 답이 있다. 리갈은 1954년 금강제화의 창립과 함께 첫선을 보였다. 매년 평균 30만 켤레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누적 판매량이 1000만 켤레를 넘어섰다.

특히 90% 이상의 재구매율은 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과 충성도를 알 수 있는 척도. 그도 그럴 것이 리갈의 인기는 소재 선택과 공정, 품질관리, 출고 및 고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본에 충실한 그 정통성에 있다. 금강제화는 리갈 만들 때, 소재의 재단과 제갑부터 조립, 완성까지 숙련된 기능자들에 의해 모든 것이 진행된다. 또한 완성 후에도 전문가들의 손으로 전수검사를 함으로써 높은 품질 경쟁력을 지켜가고 있다.

특히 리갈은 국내 제화업체로서 유일하게 존롭, 벨루티 등 해외 명품 구두 브랜드가 사용하는 ‘굿이어 웰티드(Goodyear Welted)’ 방식으로 제작해 최근 늘어나고 있는 클래식 슈트 애호가들에게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리갈의 프리미엄 라인인 ‘헤리티지 리갈’을 통해 수입 구두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시장 속에서도 한국 정통 신사화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신사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7가지 구두를 엄선해 선보인 ‘헤리티지 세븐’과 국내 구두장인의 열정과 최고의 기술력을 담은 최고급 라인 ‘헤리티지 블랙’은 국내 클래식 구두 시장을 수직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세대도 끌어 안다

리갈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젊은 세대의 수요를 끌어 모았다는 점이다. 4월 아시아 최초로 고어텍스 서라운드 기능을 접목해 출시한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가 남성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내피에만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했던 기존 제품와 달리 바닥창에도 방수, 투습 기능이 뛰어난 고어텍스 멤브레인 소재를 사용해 장시간 신고 있어도 쾌적하다. 또한 통기성을 위해 펀칭 처리한 바닥창에는 프로텍티드 레이어를 삽입해 이물질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하게 했다.

특히 무중창 제법으로 제작해 굴곡성이 뛰어나고 발포 소재를 밑창에 사용해 무게도 가볍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윙팁 스타일에 블랙, 다크 브라운, 브라운 등 고급스러운 컬러로 제작되어 비즈니스 룩에 세련된 느낌으로 매치할 수 있다.

리갈 스페셜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남자의 일상을 빛내 줄 여섯 개의 리갈’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출장, 발표, 여행, 데이트, 결혼, 파티 등 6가지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제작됐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유려한 품격은 유지하면서도 경쾌하고 특별한 매력이 돋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된 각각의 신발들은 활용도가 높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페셜 에디션 7종 출시

반가운 소식 하나, 금강제화는 창립 60주년과 동시에 리갈 출시 6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 대표 신사화로서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대한민국 대표 제화기업으로서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담은 스페셜 에디션 7종을 내놨다.

먼저 리갈 최초 모델인 ‘리갈 001’의 라스트(족형)와 윙팁 패턴을 바탕으로 최고급 코도반(말 엉덩이 가죽)으로 만들어진 ‘리갈 S60’은 최고급 신사화라는 이름에 걸맞은 부드럽고 편안한 착용감과 높은 내구성이 특징이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외피에는 정통 신사화로서 품격을 나타내는 블랙을, 내피와 바닥창에는 금강제화를 상징하는 레드를 매치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무엇보다 리갈 S60은 60켤레만 주문 방식으로 한정 판매되는 만큼 소장가치도 높다.

리갈은 한국의 신사다. 중후하고 멋이 쌓이는 한국 남자다. 60년의 전통이 나이가 아니라 경험과 역사로 남는 바로 그 멋진 한국 신사의 다른 이름이다.

조경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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