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꼬리를 무는 독서의 매력­… ‘순수한 즐거움’에 빠져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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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이덴슬리벨·2010년) 》      


이름부터 독특한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점령하에 고통의 세월을 겪어야 했던 채널제도의 건지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지글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줄리엣이라는 여류작가가 우연히 건지 섬의 농부인 도시 애덤스로부터 책을 구해 달라는 편지를 받게 되면서 시작한다. 이후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통한 줄리엣과 건지 섬 사람들은 편지를 계속 주고받는다.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건지 섬 주민들을 지탱해 준 문학회를 접하면서 줄리엣은 감동을 받는다.

글이라곤 거의 읽은 적이 없는 건지 섬의 주민들이 문학회를 만드는 과정은 흥미롭다. 주민들은 몰래 돼지를 잡아 파티를 벌이고, 통행금지 시간을 지나 독일군의 검문에 발각된다. 강제수용소로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독일식 정원’에 관한 독서 토론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둘러댄다. 독서 애호가인 독일군 사령관이 다음 독서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통보하자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독서클럽을 급조한다.

어쩔 수 없이 읽게 된 책이지만 문학을 만나면서 주민들의 삶은 달라졌다. 찰스 디킨스를 읽으며 독일군 점령기에 위안을 얻었고, 세네카 서간집을 읽으며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다. 찰스 램,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찰스 디킨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스카 와일드 등 문학회 회원들이 사랑한 작가와 책이 인생을 어떻게 바꿨는지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절로 소설 속에 소개된 책을 따라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지식이나 교훈을 얻기 위해 책을 펼칠 필요는 없다.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면 그만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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