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뼈-피부-신장-대리母 사고파는 지하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레드마켓, 인체를 팝니다/스콧 카니 지음·전이주 옮김/296쪽·1만6000원·골든타임

인도 국경도시 고라크푸르의 한 판잣집.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자 남자 5명이 침대 위에 누워 있다. 한 남자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동안 그의 피는 관을 따라 혈액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지역 낙농업자가 이끄는 범죄조직은 버스 정류장에서 납치한 사람들의 피를 강제로 뽑아 팔았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피를 뽑힌 피해자들은 몇 주 만에 쇠약해져서 탈출 시도조차 못했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메가 쓰나미’는 인도 타밀나두 지역을 덮쳤다. 이 재난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또 한 번 재앙이 닥쳤다. 장기 브로커들은 이곳을 찾아 절망에 빠진 난민에게 신장 등 장기를 팔라고 권유했다. 많은 여성이 가족을 위해 단돈 몇백 달러에 장기를 팔았다. 물론 건강을 돌볼 여유는 없었다. 이곳의 마을 이름도 ‘신장 마을’로 바뀔 정도였다.

탐사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체 각 부위를 사고파는 ‘레드마켓’ 현장에서 5년을 보냈다. 책에는 뼈, 난자, 모발, 피부, 입양아, 대리모 매매 현장이 낱낱이 담겼다. 구매자들은 매매 과정은 외면한 채 병든 자신의 장기를 타인의 것으로 갈아 끼웠다. 한국에서도 한 해 유통되는 인체 조직은 30만여 개로 이 중 78%를 수입에 의지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레드마켓의 고객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비극을 막기 위한 대안은 이타적인 기증이 늘어나야만 한다. 이 책은 참혹한 고발을 통해 이 단순한 결론을 이끌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레드마켓#인체를 팝니다#뼈#난자#모발#피부#입양아#대리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