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보며 엉엉… 그래, 난 울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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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막 올리는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서 주인공 빅터역 유준상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주인공 빅터 역을 맡은 유준상. 60대에도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그는 “무대에서 칼싸움을 해도 속도는 20대에 안 밀려요. 물론 하고 나면 엄청 힘들지만요”라며 웃었다. 나무엑터스 제공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주인공 빅터 역을 맡은 유준상. 60대에도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그는 “무대에서 칼싸움을 해도 속도는 20대에 안 밀려요. 물론 하고 나면 엄청 힘들지만요”라며 웃었다. 나무엑터스 제공
유쾌한 공기가 감돈다. 유준상(45)이다. 서울 남산 자락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그는 그랬다.

유준상은 요즘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3월에 막을 올리는 이 작품에서 류정한 이건명과 함께 주인공 빅터 역을 맡았다. 그는 대본 연습 때부터 많이 울었다고 했다.

“원래 잘 울어요. 연습 때 많이 울어둬야 공연 때 엉엉 울어서 망치지 않거든요. 외롭고 상처 많은 빅터가 괴물을 만든 뒤 간절한 마음으로 ‘일어나 일어나’ 하며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빅터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솟구쳤어요.”

그는 ‘프랑켄슈타인’을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처절한 외로움을 겪은 빅터가 만들어 낸 괴물도 혼자가 되잖아요. 온전히 혼자가 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에요. 그 강렬한 아픔이 에너지로 바뀌더군요.”

유준상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솔직히 가수들만큼 노래는 못하죠. 하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섬세한 표현도 가능하고요.”

그때 후배 배우 4명이 카페로 우르르 들어왔다. 유준상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야, 밥 먹었어? (카운터를 향해) 얘들 먹을 것 좀 주세요!”

후배들이 키득거렸다. 유준상이 다시 외쳤다.

“니네들 나 있는 거 알고 일부러 온 거 아냐?” 후배들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서인지 유준상은 얼마 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깜짝 출연하는 등 카메오 요청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극중 이휘경(박해진)의 직장 상사로 등장해 휘경이 “천송이(전지현)가 내 여자친구”라고 하자 “천송이가 네 여자친구면, 김남주가 내 마누라다”라고 받아친 것.

“코미디도 잘하고 싶어요. 웃기면서 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공연 연습할 때 후배들에게 농담을 툭 던져요. ‘빵’ 터지면 ‘나 아직 살아있구나’ 하고 뿌듯해요. 던졌는데 반응 안 좋으면 바로 접죠.”

그는 지난해 말 ‘주네스(Junes)’라는 첫 앨범을 냈다. 모든 곡을 작사, 작곡했다. 앨범은 얼마나 팔렸을까.

“제 돈으로 100장 샀어요. 2집 앨범 노래도 이미 다 만들었어요. 앞으로도 제 돈으로 사야죠. 하하하. 앨범을 만들었다니까 아내(홍은희)의 첫 반응이 ‘또 사고쳤냐’였어요. 그런데 노래를 계속 듣다보니 좋다고 해요. 싸이 노래 부르던 우리 애들도 타이틀곡을 따라 불러요, 하하.”

뮤지컬 ‘그날들’에 함께 출연했던 여배우 3명으로 구성된 ‘타우린’이란 그룹을 만들었다. 타우린은 자양강장제 성분인데, 배우 오만석이 작명했다. 타우린이 자리를 잡으면 기획사를 소개해 줄 예정이다.

유준상은 2012년 ‘행복의 발명’이라는 책을 냈고 지난해에는 작업한 그림과 사진을 담은 아트북도 펴냈다. 하고 싶은 건 뭐든 자유롭게 하는 그를 사람들은 ‘피터팬’이라 부른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10년 전에 ‘소년, 너를 떠나보낸다’라고 썼어요. 너무 슬펐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굳이 소년을 떠나보낼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불러들였어요.(웃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프랑켄슈타인#빅터#유준상#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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