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영국 주간지 그래픽에 실린 지도.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지도는 대영제국의 식민지를 분홍색으로 표시해 대영제국의 위용을 널리 과시하는 데 쓰였다. 푸른길 제공
보고만 있어도 설레는 게 지도다. 가고 싶은 어딘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주는 만족감.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하고 싶은 곳이 표시된 지도를 벽에 걸어둔다.
책은 다른 관점에서 지도를 본다. 부제가 ‘세상을 바꾼 100장의 지도’이다. 지도가 세상을 재현한 특정한 방식이라는 정의를 넘어, 물리적 경계뿐만 아니라 지적인 영토의 경계를 바꿔왔다고 본다. 지도는 인류 역사에서 당대의 믿음 체계를 강화하기도, 바꿔놓기도 했다.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기원전 600년경 바빌론의 세계 지도는 중심에 바빌론을 그리고 주변에 대양을 배치했다. 세상의 중심이 바빌론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다. 16세기 포르투갈 수로국이 제작한 세계 지도에는 현재의 캐나다 뉴펀들랜드 지역과 그린란드가 부각돼 있다. 자국민에게 제국주의 영유권 확장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한 목적에서 그렸다. 16세기 네덜란드의 지리학자 메르카토르는 혁신적인 투영법을 통해 지구를 지도 위에 평면화했다. 그의 도법 덕분에 항해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영국 내과 의사 존 스노는 1855년 지도를 통해 콜레라 발병지가 특정한 공공 물 펌프의 위치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콜레라가 수인성 전염병임을 증명했다.
책에는 거의 두 쪽마다 지도 하나가 펼쳐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2년 이탈리아 도시 이몰라를 꼼꼼하게 묘사한 지도, 뉴욕 맨해튼 빌딩들이 입체적으로 묘사된 3차원 지도 같은 볼거리가 풍부하다. 굳이 책의 취지를 의식하지 않아도 다양한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과 교감한 느낌이 든다.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볼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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