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語와의 사랑 30년… 꿈도 불어로”

  • 동아일보

자전적 수기 ‘이방인’으로 佛 한림원서 공로상 받은 재불작가 강은자씨

재불 작가 강은자 씨가 자전적 수기 ‘이방인’을 펼쳐 들었다. 전남 해남 출신인 작가가 프랑스어와 운명적으로 만나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이 책으로 강 씨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았다.
재불 작가 강은자 씨가 자전적 수기 ‘이방인’을 펼쳐 들었다. 전남 해남 출신인 작가가 프랑스어와 운명적으로 만나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이 책으로 강 씨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았다.
한국에서 갓 대학을 졸업한 23세 불문학도가 생텍쥐페리와 모파상의 나라 프랑스로 건너간 때는 1989년의 어느 날이었다. ‘프랑스어로 쓴 내 책을 한 권만 갖는 게 소원’이던 그는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자전적 수기 ‘이방인’으로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학을 빛낸 공로상’을 받았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인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가 주는 상인데 한국 출신 작가로는 첫 수상이다.

강은자 작가가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에서 받은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학을 빛낸 공로상’ 메달. 박영대 기자 sanae@donga.com
강은자 작가가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에서 받은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학을 빛낸 공로상’ 메달. 박영대 기자 sanae@donga.com
이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재불 작가 강은자 씨(48). 지난해 말 잠시 귀국한 그를 서울 세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상식 때 만난 심사위원들이 ‘프랑스어권 국가도 아닌 극동의 나라에서 온 여성이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프랑스어를 놓지 않는 모습을 이성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그려 인상적이었다’고 하시더군요.”

지난해 5월 출간된 ‘이방인’은 ‘은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고교생 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한글판을 읽고 ‘프랑스앓이’가 시작됐죠.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매일 5시간씩 프랑스문법 책을 붙들고 씨름했어요. 중앙대 불문과에 가서도 스탕달의 ‘적과 흑’,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작품 원서를 끼고 살았어요.”

프랑스로 건너가 리옹 제2대학에서 석사를, 디종 부르고뉴대에서 초현실주의 작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자신의 힘겨웠던 초기 유학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제 고향이 전남 해남인데 가난한 집안의 2남 4녀 중 막내였어요. 초등학생 때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 홀로 6남매를 키우셨죠. 어찌어찌 유학은 왔는데 집에 손 벌릴 형편이 아니어서 베이비시터부터 파출부 일까지 닥치는 대로 했어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도 틈틈이 프랑스어로 시를 썼다. “생각도 프랑스어로 해야 할 것 같아서 한국인 유학생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불문‘학(學)’보다 불문‘화(化)’에 안간힘을 썼던 시기랄까요.”

프랑스 유학 14년 차. 이제 꿈도 프랑스어로 꾸게 되었을 즈음 그의 소원이 이뤄졌다. 첫 소설 ‘그 스님의 여자’(2003년)를 출간한 것이다. 1960년대 한국이 배경인데,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탕진한 부잣집 아들이 어찌어찌해서 스님이 됐다가 갖은 시련을 거치며 진짜 구도자로 거듭난다는 줄거리다. 이 소설로 작가는 ‘현대 프랑스 작가보다 고전적 프랑스어를 아름답게 구사하는 동양의 진주’라는 찬사를 받았다. TV와 라디오의 출연 요청도 잇따랐다. “프랑스 현대작가들은 자국의 언어 전통을 깨는 데 몰두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 출신 작가가 전통적인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게 신선하게 보였나 봐요.”

‘그 스님의 여자’는 스위스와 캐나다 같은 프랑스어권 국가는 물론이고 한국과 터키에서도 번역판이 출간됐다. 미국의 일부 대학 불문과도 이 작품을 커리큘럼에 넣었다. 2년 뒤엔 1920, 3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상반된 성격의 남녀가 나오는 연애 소설 ‘약속된 사랑’(2005년)도 냈다.

“차기작은 배경도 프랑스고 프랑스인이 주인공인 소설이에요. 지금까지 발표한 책들이 동양을 배경으로 한 제 작품 활동의 1기에 속한다면, 차기작은 2기를 여는 작품인 셈이죠. 곧 ‘이방인’ 한국어판을 들고 한국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강은자#프랑스어#이방인#공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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