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도 모양도 제각각인 탁자들이 모여 하나의 책상이 탄생했다. 탁자 아래 헌책을 괴어 같은 수평면을 공유한 책상을 이룬 것이다(‘단 하나의 책상’). 한 가족처럼 모여 있는 선인장 화분은 그 반대다. 실제 선인장과 이를 브론즈로 본뜬 조각이 공존한다(‘둘의 엇갈린 운명’).
서울 삼청로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열리는 안규철 씨(58)의 ‘무지개를 그리는 법’전은 우리 시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자리다. 이질적인 것이 모여 단일한 풍경을 이루고, 동질적인 것 같지만 속내는 다른 작품들. 개인과 집단, 차이와 같음, 생성과 소멸 등 대립된 개념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와 같다고 편들거나 다르다고 미워하지만 그 상투적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 또 하나의 세계가 보인다고 말하는 듯하다.
묵직한 주제를 때론 진지하게 때론 재치 있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와 작품의 조형적 완성도가 돋보인다. 31일까지. 02-747-4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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