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나만의 비밀이 생긴 소녀의 껍질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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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가게에 온 선물
데이나 라인하트 지음/신인수 옮김/294쪽·1만2000원/아이세움

별일 없는 날들이 엇비슷하게 이어지는 것 같지만, 소소한 순간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하는 법이다. 열네 살 소녀 드루도 그랬다.

드루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드루가 가진 것은 애완쥐 ‘허밍’과 돌아가신 아빠의 공책, 엄마의 치즈가게에서 일하면서 얻은 치즈에 대한 지식 정도다.

어느 날 밤, 침침한 가게 뒷골목에서 정체 모를 낯선 소년 에멧을 만난 뒤 드루는 자기만의 성에서 문을 살짝 열게 된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엄마에게 털어놓던 드루에게 비밀이 생긴다. 게다가 ‘나만의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엄마와 틈은 점점 더 벌어진다.

친구가 별로 없어도 덤덤하고, 긍정적이기만 했던 드루의 내면에서 미묘한 감정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10대 병’이냐고 잔소리하는 엄마는 드루의 진짜 마음을 알 리가 없다.

에멧이 가출소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가 ‘기적의 샘’을 찾아 나선 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드루는 완전히 달라진다. 정상궤도만 고집하던 드루는 에멧과 ‘기적의 샘’을 찾기 위해 선뜻 동행을 자처한다. 그토록 사랑하던 허밍을 보내면서까지 말이다.

“무언가가, 누군가가, 뭐가 됐든 너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게 있다면, 대륙도 바다도 텅 빈 지갑도 너를 그것에서 떼어놓을 수 없지.” 에멧의 친구가 해준 얘기처럼, 드루는 에멧을 만나고 나서야 진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한 일상 가운데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가는 것은 10대 소녀의 심리를 따뜻하면서도 세밀하게 읽어내는 따스한 작가의 시선이다. 그 정점은 맨 마지막 세 쪽에 있다. 단순하게 이어지던 멜로디가 마지막에 겹겹의 화음을 이루는 듯하다.

대학생이 된 드루는 말한다. ‘기적은 천천히 일어난다. 하룻밤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 기적을 더이상 믿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나날이 있었다. 기적을 믿기에는 내가 너무 커 버렸다고 믿었던 순간이. 바로 그 순간,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책장을 덮고 나니 원제 ‘The Summer I Learned to Fly’가 더 와 닿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치즈 가게에 온 선물#비밀#기적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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