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 슈만 짝사랑하는 ‘라이징 스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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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계 20대 트로이카의 한 축 김다미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는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최근의 일인 만큼 조바심내고 우울했던 지난 시기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기회가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는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최근의 일인 만큼 조바심내고 우울했던 지난 시기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기회가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 제공
스물일곱 동갑내기 클라라 주미 강과 신지아가 깊게 이름을 새겨놓은 20대 유망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리스트에 최근 한 사람이 더 올랐다. 김다미(26).

지난해 10월 독일 하노버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금호아트홀, 인천시향, 경기필 등 여러 연주회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름이 자주 보이더니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에는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의 ‘라이징 스타’, 10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이 이끄는 에라토 앙상블로 실내악 무대에 선다.

“연주 기회가 전보다 많고 여러 레퍼토리를 연주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에이, 콩쿠르 우승했다더니 별로네’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부담이 크죠. ‘나, 콩쿠르 우승자야’ 하고 잘난 척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전히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지난해 5월 그는 하노버 콩쿠르에 앞서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출전했었다. 콩쿠르 한 달 전 주최 측에서 연주 시간이 규정을 1, 2분 초과한다는 이유로 결선곡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이전에 없었던 규정의 엄격한 적용이었다. 그는 베토벤에서 파가니니로 바꾸고 결선에 올랐지만 순위엔 못 들었다.

“모든 음악가의 로망인 퀸엘리자베스에서 이례적인 일을 겪고 오래 힘들었습니다. 며칠씩 머리도 안 감고 퉁퉁 부은 눈으로 학교(미국 뉴잉글랜드음악원)를 다녔죠. 선생님이 말만 하면 울고…. 어느 날 선생님이 연주를 잡아놨으니 무조건 가라고 했습니다. 양로원이었죠. 연주하다 보니 ‘영원히 바이올린을 켤 수 있는 건 아니야. 이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바이올린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을 훌쩍 넘어선다. 김다미는 집안형편이 어려워져 10년 전 바이올린을 판 뒤 수년간 악기가 없어 고생했다. 2011년 일본 나고야 무네쓰쿠 콩쿠르 우승의 부상으로 169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대여받았는데, 올 3월로 2년 기한이 끝났다. 난감해하던 차에 콩쿠르 설립자가 17세기에 만들어진 과르네리를 추가로 무상 임대해줬다. 뜻밖의 일이었다.

“좋은 무대를 이어가라는 응원인 듯싶습니다. 2010년 파가니니 콩쿠르를 앞두고 바이올린이 없어 한 달간 연습을 못한 적이 있어요. 어렵게 빌린 악기가 손 크기에 맞지 않아 결선 전날 팔목이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연주마다 단기 임대를 했는데 이제 같은 악기를 오래 쓸 수 있게 돼 행복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지금껏 연애 한 번 못해 봤고 집과 학교, 연주회장만 다람쥐처럼 오간다는 김다미가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는 슈만. 다음 달 28일 오후 8시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그가 연주하는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들을 수 있다. “대중은 화려하고 강렬한 곡을 좋아합니다. 서정적이고 잔잔한 슈만만 연주해도 관객이 찾아오는 그런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비에니아프스키의 ‘구노의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판타지 브릴란테’를 함께 연주한다. 피아노는 박종해. 1만∼3만 원. 02-440-0500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김다미#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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