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안무가가 만든 섹시춤 “남자의 마음 남자가 잘 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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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포인트 안무의 세계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연 신곡 발표회에서 ‘내 다리를 봐’를 부르며 ‘먼로 춤’을 추는 6인조 여성 그룹 ‘달샤벳’. 왼쪽부터 아영, 수빈, 지율, 우희, 가은, 세리. 동아일보DB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연 신곡 발표회에서 ‘내 다리를 봐’를 부르며 ‘먼로 춤’을 추는 6인조 여성 그룹 ‘달샤벳’. 왼쪽부터 아영, 수빈, 지율, 우희, 가은, 세리. 동아일보DB
최근 6인조 여성그룹 달샤벳이 발표한 신곡 ‘내 다리를 봐’ 후렴구에 등장하는 ‘먼로 춤’은 좀 야하긴 야하다. 멤버들은 ‘내 다릴 봐 예쁘잖아/짧은 치마 입었잖아’라고 노래하다 허리에 두르고 있던 치마를 확 펼쳐 보인다. 영화 ‘7년 만의 외출’(1955년)에서 배우 메릴린 먼로(1926∼1962)의 치마가 올라가는 장면에서 착안한 춤이다.

여성성을 한껏 강조한 이 춤은 의외로 남자 안무가가 만들었다. 최정호 안무가(29)다. 그는 쥬얼리, 나인뮤지스 같은 걸그룹의 춤을 주로 만들어왔다. ‘먼로 춤’은 최 안무가가 최근 달샤벳의 소속사(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직접 몸에 감았던 무릎담요를 펼치는 이색 프레젠테이션을 펼쳐 ‘내 다리를 봐’ 안무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여직원은 안무가 민망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다른 직원들은 ‘남자만 잡아낼 수 있는 코드가 있다’며 찬성했다”고 말했다.

걸그룹 씨스타의 춤도 남성 안무가의 작품이다. 김규상 디큐 안무팀 단장은 최근 노래 ‘기브 잇 투 미’의 ‘터치 춤’뿐 아니라 씨스타의 이전 히트곡 ‘나 혼자’에서 허벅지를 들어올려 배배 꼬는 ‘학다리 춤’도 고안해냈다.

“남성그룹 안무를 하다 무의식적으로 여성스러운 포즈가 나올 때도 있다”는 최정호 안무가. 최정호 안무가 제공
“남성그룹 안무를 하다 무의식적으로 여성스러운 포즈가 나올 때도 있다”는 최정호 안무가. 최정호 안무가 제공
남성 안무가들은 남성적 상상력에서 나온, 좀 민망할 수도 있는 동작을 과감하게 표현한다는 면에서 가수와 소속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분위기다. 최정호 안무가는 “걸그룹 음악의 주 소비층이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적 관능미에 대해 남성이 보는 시각과 여성이 보는 시각이 다르다”면서 “남성만이 느낄 수 있는 섹시함을 표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남성의 보편적 시각을 담기 위해 최 안무가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남학생이나 군인들을 만나 안무 시안(試案)을 보여주며 모니터링도 한다고. 그는 “이런 모니터링은 너무 선정적이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여성그룹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성적이고 힘 있는 춤을 소화할 수 있는 여성 가수가 늘어난 것도 남성 안무가들의 활동 반경을 넓혔다.

안무란 장르의 특성상 남성에게 넘기 힘든 벽도 있다. 여성이 주로 짓는 표정이나 그 몸이 주는 느낌 같은 세부적인 연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NE1, 이하이, 거미의 안무를 제작한 YG엔터테인먼트 안무팀의 이재욱 이사(34)는 여성 보조안무가를 두고 있다. 그는 “동작의 느낌은 머릿속에 있지만 몸으로 표현하기 힘들 때가 적잖다”면서 “작품의 큰 흐름은 내가 잡되 가수와 직접 소통하는 안무 지도는 여성 안무가에게 맡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요 안무계에서 여성의 활약이 여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애프터스쿨의 ‘첫사랑’에 등장하는 ‘봉춤’은 댄서 윤혜림 씨와 여성 봉춤 전문가가, 걸스데이의 ‘여자대통령’에 나오는 ‘구미호 춤’은 핫칙스의 배윤정 단장이 만들었다. 둘 다 여성이다.

해외에서는 남성 안무가들이 여성 가수의 작품을 안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미국 안무계에서 각광받는 존테 모닝(비욘세), 제이미 킹(마돈나, 리해나), 웨이드 롭슨(브리트니 스피어스), 프랭크 개스턴 주니어(비욘세, 샤키라), 브라이언 프리드먼(브리트니 스피어스)은 모두 남성이며 여성 가수의 안무로 명성을 얻었다. 레이디 가가는 데뷔 초부터 함께한 여성 안무가 로리언 깁슨을 해고하고 2011년 남성 안무가 리처드 잭슨을 안무 총책임자로 앉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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